북한의 핵개발 프로그램 가동사실이 밝혀지면서 북핵 문제가 지난 94년 핵위기 이후 한반도의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핵문제가 북한의 개혁.개방 움직임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이에 따라 핵문제가 한반도 주변정세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 주목된다. 대북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세가지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있다. 첫번째로 예상할 수 있는 것은 북한이 강경한 자세를 굽히지 않을 경우이다. 이 때는 미국도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태도를 보일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시나리오는 최악의 경우다. 북한이 생존을 위해 개혁·개방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과 맞대결을 벌이는 것은 파멸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경수로 문제도 완전히 수포로 돌아가게 되고 외부 지원은 일절 단절될 수 있다. 북한이 이를 감수하고 미국과 정면 대결할 가능성은 별로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두번째 시나리오는 최악의 상황으로 가지 않고 북한이 핵개발 추진계획을 '벼랑끝 전술'에 따른 카드로 사용하는 경우이다. 지난 94년 북핵 문제가 2년여의 지루한 협상과정을 거쳐 종결됐듯이 이번 사태도 이러한 과정을 통해 마무리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북한으로선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게 중론이다. 무엇보다 94년과 현재의 상황이 다르다는 점에서 그렇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태도는 지난 94년의 클린턴 정부 때와 차이점이 크다. 94년 핵위기때는 북한의 벼랑끝 전술에 미국은 북한 폭격까지 고려하는 초강수를 썼다. 그러한 과정을 거치면서도 북한은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식 국제컨소시엄을 통한 경수로 건설이라는 지원을 얻어냈다. 그러나 지금은 벼랑끝 전술로 서방세계로부터 지원을 받아낼 가능성이 낮다는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세번째는 북한이 물밑으로 해결책을 찾는 시나리오다. 다시말해 일정 기간의 냉각기를 거쳐 협상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북한이 이같은 방식을 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북한은 미국의 핵의혹 제기에 일단 당국 차원의 반응은 자제하면서 관변 매체들을 동원해 미국을 비난하고 있다.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총련)기관지인 인터넷 조선신보는 지난 17일 "(제네바 기본합의문)이행은 쌍방(북·미)에 부과된 똑같은 의무"라며 "미국이 의무를 실행하지 않고 일방적인 요구만을 되풀이하는 것은 통할 수 없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북한이 적당한 시점을 택해 미국과 협상을 개시하고 핵 개발을 포기하는 대신 체제보장과 보상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갈수 밖에 없다고 관측하고 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