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설 경영전문기자의 '경영 업그레이드'] 재즈연주팀 같은 조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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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원들이 지독한 개인주의에 빠졌다고 개탄하는 경영자들이 적지 않다.
슬그머니 출근하고 어느새 퇴근해버리는 부하들을 보면서 상사 눈치만 살피고 있는 자기 신세를 한탄하는 중간간부들도 많다.
시대가 변한 것으로 인정하는 것이 옳다.
정리해고는 없다던 약속을 깨는 회사,뼈를 묻겠다던 회사를 버리고 떠나는 선배들을 목격한 우리 시대 직장인들은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산다.
그래서 정을 주지 않고 자기 것에만 집착한다.
이들을 어떻게 하면 신명에 불타게 할 것인가가 구조조정기 경영자들의 과제인 것이다.
이들을 신나게 만들기 위해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을 많이 만들어줘야 한다.
남의 간섭을 받지 않고 자신이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모두가 "내가 알아서 하겠다"고 큰 소리 칠 수 있을 정도가 돼야 이상적이다.
많은 회사들이 결재단계를 축소한 것으로 권한 이양을 마친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
그러나 일곱 단계가 세 단계로 줄었다고 해서 막내 사원의 결정권한이 높아지는 것은 절대 아니다.
사원들의 자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조직 자체를 즉흥성이 넘치는 재즈연주팀 같은 것으로 바꿔야 한다.
재즈는 관객들의 반응이 시원찮으면 몇 분 만에 연주를 끝낼 수도 있고 열광적인 반응 앞에선 밤새도록 이어갈 수도 있다.
결정은 연주자들,곧 사원들이 내린다.
대량구입 문의가 오면 시장을 가장 잘 아는 영업사원이 바로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일정 규모 이상 거래는 결재 받느라 시간을 다 허비하다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각자 제 마음대로 하면 난장판이 될 것 같지만 그런 걱정은 안해도 좋다.
재즈단원들도 마음대로 하는 것 같지만 절대 어겨서는 안될 몇가지 원칙을 공유하고 있다.
누구의 사인으로 시작하고 끝낼지 정도의 원칙은 세워둔다.
그것도 서로 눈짓 몸짓을 보며 실시간으로 의사를 교환하기 때문에 연주는 조화를 이룬다.
회사로 보면 반드시 지켜야 하는 시한,양보할 수 없는 가격,다같이 지킬 것을 약속한 윤리지침 등이 이런 원칙이라고 할 수 있다.
부서장들은 사원들이 서로 약속을 지켜가며 격려할 수 있는 문화와 시스템을 만들어주는 역할만 하면 된다.
필수 지침 몇가지만 지키면 나머지는 자기가 알아서 할 수 있는 조직이라면 사원들은 신명날 수밖에 없다.
'지독한 개인주의자'일수록 이런 조직이 더 적합할지도 모른다.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