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제13회 공인중개사 자격시험이 열린 서울 마포구 아현중학교.이 곳에서 시험을 친 응시자는 8백79명.오전 8시께부터 60세가 넘은 노인에서 양복 차림의 중년 직장인,부업을 준비 중인 주부,젊은 대학생 등 각계 각층의 수험생들이 몰려들었다. 시험을 주관한 산업인력공단 관계자는 "공인중개사는 국민적 자격증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응시 계층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응시자의 절반 이상이 대학 졸업자일 정도로 고학력화 추세도 뚜렷하다. 이날 국내 자격증시험사상 최대 응시인원인 19만6천83명(당초 지원자 26만여명 중 74.6% 응시)이 전국 2백62개 학교에서 시험을 치렀다. 수도권지역 응시자가 전체의 70%를 차지해 수도권의 부동산 열기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됐다. 아현중학교에서 부인과 함께 시험을 친 양영남씨(42·성동구 하왕십리 2동)는 "건축업에 종사해 왔는데 안정된 자영업이 좋겠다 싶어 집사람과 같이 준비했다"며 "실패해도 내년에 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오후 1시30분 시험이 끝난 후 일부 수험생들은 난이도 등에 대해 얘기하며 일희일비하기도 했다. 명예퇴직 등으로 당장 개업할 태세가 돼 있는 이른바 '생계형 수험생'들은 시험이 너무 어렵다며 울상을 지었다. 넉달 전 회사를 그만뒀다는 최봉씨(47·송파구 송파동)는 "너무 어려워 떨어질 것 같다"며 "정부가 공인중개사가 너무 늘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시험을 의도적으로 어렵게 출제한 것 아니냐"며 불만을 털어놨다. 교직에서 정년퇴직했다는 심규식씨(68·동작구 사당동)는 "사법시험 1차도 아닌데 젊은 학생들에게 유리한 단순암기식 문제들만 출제됐다"며 "중년 직장인이나 퇴직자들을 감안한 출제와 평가방법이 아쉽다"고 주장했다. 젊은 학생들은 지원자가 너무 많은 게 불만이었다. 한편 이날 일부 시험장에서는 수험생 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시험지와 답안지가 모자라 뒤늦게 복사한 시험지를 배포해 시험을 치르는 해프닝이 빚어졌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