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전자, 1兆 설비투자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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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전자가 당초 올해와 내년도에 추진하려던 1조원 가량의 설비투자를 2004년 이후로 미루기로 했다.
20일 동부·아남반도체 통합 경영위원회는 반도체 경기전망이 불투명해진데다 동부와 아남의 통합 경영에 따라 생산용량을 무리하게 늘릴 필요가 없어진 것으로 판단,내년까지는 파일럿 라인 외 설비투자를 보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통합 사업계획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동부전자는 당초 올해 2천억원,내년도에 8천억원을 포함해 향후 3년간 총 1조3천억원을 차세대 공정인 회로선폭 0.13과 0.09㎛(마이크로미터·1백만분의 1m) 설비 증설 등에 사용할 계획이었다.
이에 따라 현재 8인치 웨이퍼(반도체의 재료가 되는 원판형의 실리콘) 기준으로 월 5천장에 불과한 생산능력을 올연말까지 월 2만장,내년말까지 월 4만5천장으로 늘리려던 동부전자의 설비투자 계획도 상당기간 미뤄지게 됐다.
동부전자는 올연말까지 설비투자에 사용하기 위해 채권단으로부터 승인받은 신디케이티드론 2천6백억원중 아직 집행하지 않은 1천9백억원의 사용 일정도 조정하기로 했다.
당초 연내에 실시하려던 3억5천만달러 규모의 외자유치와 금융기관 리스 등도 모두 뒤로 미루기로 했다.
대신 내년 상반기중 아남반도체와 합병하면서 공모증자 등을 통해 설비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이와 관련,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동부전자는 현재 시장에서 주력제품인 0.18∼0.25㎛ 설비를 아남반도체가 충분히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증설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동부전자는 차세대 제품인 0.13과 0.09㎛는 향후 확실한 고정거래처를 확보한 뒤에 설비투자에 들어갈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 경기침체가 길어지면서 동부와 아남의 현금흐름이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는 점도 감안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신혁 동부그룹 부회장은 지난 7월 아남반도체를 인수키로 결정한 뒤 "동부전자와 아남반도체에서 각각 4천억원 및 2천5백억원,신디케이티드론 3천억원 등으로 총 1조3천억원을 조달해 향후 3년간 단계적으로 투자하겠다"고 밝혔었다.
동부 관계자는 "투자계획을 일단 보류하지만 경기회복이 조기에 가시화될 경우에는 내년말께부터 투자에 나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성택·차병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