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감면 혜택을 더 늘려주자고 하는데...' 최근 국회의원들이 회기만기일(11월8일)을 앞두고 잇달아 내놓고 있는 세금감면 법안들에 대해 세제(稅制) 주무부처인 재정경제부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민생관련 법안 제출은 입법기관인 국회의 당연한 기능인 만큼 대놓고 다른 목소리를 내지는 못하지만, 내심 불만이 적지 않다. 대부분의 법안들이 내년 나라살림 형편과 과세 형평성, 부작용 등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조희욱 의원(자민련)이 최근 한나라당 및 자민련 소속 의원 21명을 대표해 발의한 '산업용 액화천연가스(LNG) 세감면 확대안'은 공해 발생량이 적은 LNG에 대한 세율을 ㎏당 40원에서 2006년까지 절반 수준으로 낮추자는 내용을 담았다. 재경부는 일단 환경정책상 이런 법안이 나올 수 있다는 데는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내용을 뜯어보면 문제점이 많다는 주장이다. 우선 LNG를 주로 사용하는 철강 자동차 반도체산업에 대한 특혜로 간주돼 통상문제화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대체 관계에 있는 중유의 국내 수요가 적어 덤핑 수출되고 있는 마당에 LNG 세율을 내릴 경우 수입품인 LNG의 수요만 늘릴 수 있다고 재경부쪽은 항변한다. 정범구 의원(민주당)이 발의한 '여성용 위생용품(생리대)에 대한 영세율안'과 원철희 의원(자민련)이 대표 발의한 '농가주택 구입 1가구 2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감면안'도 논란 대상이다. 정 의원측은 "생리대는 비싸든 싸든 여성들이 사용하지 않을 수 없는 필수품"이라며 "여성 복리후생 차원에서 생리대에 붙는 부가가치세 10%를 없애야 한다"고 개정안 취지를 설명했다. 여성단체들도 그동안 서명운동 등을 벌이면서 생리대 면세를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그러나 재경부 관료들은 이 법안이 부가세법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며 난처해 하고 있다. 같은 논리라면 어린이들이 먹는 분유나 암환자들이 먹는 약, 남자들이 사용하는 콘돔 등도 과세 대상에서 제외돼야 한다는 것. 도시 1주택자가 농촌 주택을 사더라도 여전히 1가구 1주택자로 간주, 농촌 주택을 팔 때 양도세를 과세하지 말자는 '양도세 감면안'도 도시민들의 농촌 투자를 유도할 수는 있지만 갖가지 부동산 투기를 조장할 수 있다며 재경부는 반대하고 있다. 농촌 거주자가 도시로 이전한 뒤 다시 농촌 주택을 매입해 파는 식의 투기 행위를 불러올 수 있다는 논리에서다. 재경부 관계자는 "내년 6월 말로 끝나는 농어업용 유류에 대한 면세 혜택을 3년 더 연장하자는 의원 입법안도 나라살림을 고려하지 않고 제출됐다"며 볼멘 소리를 감추지 않았다. 국회 관계자는 그러나 "의원 입법안들이 정부안에 비해 단편적이고 합리성이 떨어지는 면이 있긴 하지만 최근 상당히 정교해지고 있다"며 "올해 제기된 법안중 상당수가 정부안에 수정.편입돼 통과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