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최근 북한 내.외부에서 잇따라 실수를 범함으로써 그의 능력에 대해 다시금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와 흥미를 끌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 인터넷판은 21일 `독재자 자리에도 부적절한 김정일'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지난 7월 이후 경제개혁, 북-일 정상회담, 신의주 경제특구 설치,핵 개발 프로그램 시인 등 김 위원장이 주도한 일련의 정책이 모두 당초 의도와는다른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면서 실권 가능성까지 제기했다. 보도 내용에 따르면 서방 분석가들은 과거 김 위원장이 김일성(金日成) 주석의후계자로 부각되자 그의 정서 상태, 정치적 배경 등을 문제삼아 그의 장래에 회의감을 표시했었다. 일부 분석가들은 지난 1994년 7월 김 주석이 사망하자 수일내에 정권이 전복될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기도 했으나 김 위원장은 김 주석 사후 수년만에 권력을 확고히 장악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최근들어 저지른 일련의 실수들로 인해 그의 능력을 둘러싼의문이 또다시 제기되고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우선 지난 7월 경제개혁을 단행, 시장경제 요소를 과감히 도입했으나 이는 과도한 인플레이션이라는 부작용을 불러 일으켰다. 특히 쌀 값은 고정가격제를 채택할 때보다 30배 이상 폭등했고 전기요금도 60배나 뛰어올랐다. 또 지난 9월17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와 가진 북-일 정상회담에서는 행방불명된 13명의 일본인이 북한으로 납치된 사실을 시인하는 과단성을 보였지만 그 결과는 좋지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일본측이 이를 새로운 개방의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주기를 기대했던 듯하나 일본내 여론이 악화되면서 일본 정부로부터 이 문제에 대한 전면적인해명을 요구받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이와 함께 김 위원장은 양빈(楊斌) 어우야그룹 회장을 내세워 야심찬 신의주 경제특구 개발계획을 추진하려다 좌절을 맛보기도 했다. 맹방인 중국이 신의주 특구 행정장관으로 임명된 양 회장을 탈세 등의 혐의로체포함으로써 김 위원장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중국 정부로서는 북한이 세금을 면제하고 각종 특혜를 부여하는 특구를 설치할경우 자국의 북한 접경지역이 경제적 피해를 입게 되는 상황을 방치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가장 치명적인 실수는 핵개발 프로그램을 갖고 있음을 시인한 것이다. 강석주외무성 제1부상에게 그간 사실 여부가 모호했던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의 존재를 인정하라는 지침을 내림으로써 김 위원장은 미국의 대북 협상전략 변화라는 상황을 초래했다. 핵 개발 프로그램을 시인한 김 위원장의 노림수는 군사 능력을 포기하는 대가로추가적인 경제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한 것으로 보이나 이는 잘못된 생각이라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미국인들이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말마따나 "두려움과 살기를" 마다하지 않는 성미여서 이같은 목적을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또 미국은 물론 연간 5억 달러에 달하는 한국 정부의 대북 원조는 북한이 무효라고 주장한 제네바 협정의 일환에서 실시되는 것임을 간과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의 이같은 행보는 김일성 주석이 군사 문제에 관해 속임수와 지연전술로 스스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 핵 개발 프로그램을 중지하는 대가로 보상을얻어낸 것과 정면으로 대비된다. 김 위원장이 아버지에 비해서는 기교가 모자람을 입증하는 대목이다. 이는 또 2세대 독재자인 김 위원장이 냉혹하고 혹독한 위협에 의지하는 흉한(凶漢)임을 말해주고 있다. 아직 북한 내부에서 김 위원장의 힘은 절대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절대 권력에는 책임이 뒤따르기 마련이라는 점에서 북한의 엘리트 그룹이 김 위원장의 사태수습 능력에 의심의 눈길을 보낼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수 있는 문제다. 만약 이들 엘리트 그룹이 김 위원장이 취한 조치로 인해 북한 정권이 곤경에 처하고 자신들의 삶마저 위협을 받게 되면 이들이 김 위원장의 실수가 더 나오기 전에새로운 지도부가 필요하다는 결정을 내리기까지 과연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서울=연합뉴스) 권정상기자 jus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