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앞두고 정치의 계절이 돌아왔다. 친목 모임을 하면 아무래도 대선 후보들의 인물평이 화제가 될 때가 많다. "아무개는 노선은 분명한데 왠지 불안해." "아무개는 경력은 탄탄한데 신선미가 없어."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정말 찍을 사람이 없다는 의견이 많아진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우리 정치의 후진성을 탓하는 사람이 많아진다. 정책적 비전 없는 정당,보스정치의 폐해,그리고 돈 많이 드는 선거풍토와 부정부패 등을 지적하게 된다. 국가경쟁력에 관한 각종 조사에서 우리 정치부문은 OECD국가 중 최하위권이고 보면,이러한 우려들이 근거 없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 정치는 왜 이렇게 사회 다른 부문에 비해 낙후돼 있으며,해결책은 없을까. 이러한 문제에 대해 정치와 경제의 관계를 경제학적으로 분석하는 공공선택론적 접근을 해보면,어느 정도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정치는 기본적으로 사회의 이해갈등을 조정하고 사회의 전반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이 기능은 집단적으로 소비하는 재화인 공공재적 성격을 갖고 있다. 공공재란 그 특성이 보통 상품과 다르다. 공공재의 특성은 우선 어떤 사람이 소비할 때 그 사람을 소비에서 배제시키기 어렵다는 점이 있다. 공공재의 또 다른 특성은 여러 사람이 소비한다고 하여 재화에서 얻는 만족도가 떨어지지 않는다는 특성이 있다. 이러한 두 가지 특성에 비추어 볼 때,정치서비스는 대표적인 공공재다. 정치행위는 좋은 서비스든 나쁜 서비스든 누구에게나 영향을 미치므로 그 나라를 떠나지 않는 한 동일한 서비스를 받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사실은 아무도 정치서비스에 대해 실질적인 부담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말하자면 공짜로 즐기려는 무임승차 문제가 가장 강하게 작용하는 것이다. 단지 정당에 참여하여 당비를 내고 정치인을 후원하는 비용을 부담하지 않으려고 할 뿐만 아니라 선거에 참여, 투표하는 것조차 하지 않으려는 사람도 많아진다. 한 사람의 투표가 최종 당선자를 결정하는 데 주는 영향은 미미하므로,투표장에 가는 것조차 귀찮게 여기게 되는 것이다. 국회의원 보궐선거의 예를 보면,수만명 중의 한표를 행사해 보았자 결과에 영향을 주지 못할텐데 임시공휴일도 아닌데 투표는 왜 하는가 하는 사람이 많다. 아무도 경제적인 부담을 하지 않으려고 하므로 양질의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 정치나 공해나 그러한 면에서 유사한 점이 있다. 말로만 문제라고 하면서 실제로는 부담하지 않는다면 개선될 여지가 없는 것이다. 물론 정치적 관심이 있어 정치에 열심히 참여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이익집단으로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선거비용을 대거나 표를 몰아주고 더 많은 이익을 챙기려는 사람들이다. 이러한 사람들의 참여는 정치과정을 왜곡시켜 사회 전체적 이익이 되기는 어렵다. 말하자면 좋은 정치서비스를 제공받는 것은 좋은 물건을 사는 것보다 훨씬 힘든 것이다. 양질의 정치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사회적인 합의하에 경제적 부담을 져야 한다. 선거공영제 뿐만 아니라 정당에 대한 지원도 해야 하고,정치인이 되려는 사람에 대한 훈련을 늘려야 한다.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정치를 탓하면서 지원하지 않는다면 악순환만 되풀이될 뿐이다. 지원은 하되 철저히 감독해 사회에 해악을 주는 정치인은 도태시키는 장치가 필요하다. 정치인의 부정부패는 특별히 강하게 처벌하고,국민소환제도 도입해야 한다. 아울러 정치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제공받기 위해 구태의연한 정치방식을 고치는 노력도 필요하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인터넷정당은 그러한 점에서 좋은 시도다. 미래를 결정하는 선거에서, 특히 젊은층이 선거에 기권하거나 아무나 되라는 식으로 투표하지 않도록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노씨 이씨 정씨 그리고 많은 후보들,이들은 현재 우리의 정치수준에서 나온 사실은 괜찮은 사람들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기권하는 것보다 참여해 고쳐 쓰면 된다. hongk@plaza.snu.ac.kr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