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오후 5시. 사방이 거울로 둘러싸인 서울 강남의 한 댄스스튜디오에 중.장년층 부부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홀에는 은은한 왈츠 선율이 흐르고 있었다. 댄스 슈즈로 갈아신거나 몸을 풀고 있는 사람들 사이로 무언가를 열심히 의논하며 동작을 맞춰보고 있는 한 쌍의 부부가 눈길을 끌었다. 바로 세방기업의 현송철 전무(58)와 그의 부인 김영란씨(53)였다. 현 전무는 1977년 세방기업에 입사해 현재 컨테이너영업본부를 총괄한다. 세방기업은 세방그룹의 모기업으로 수출입컨테이너와 벌크화물의 운송,보관,하역 및 중량물 설치 등을 담당하는 중견 종합물류업체다. 부산 광양 등 전국 주요 항만과 도시에 대규모 터미널과 보세창고(CFS)를 갖추고 한국에 배를 대는 외국 선주 및 운반업체,무역업체들과 거래를 한다. 그러다보니 현 전무는 지방이나 해외로 출장가는 일이 잦고 늘 바쁘다. 그런 현 전무가 처음 댄스스포츠를 접했던 건 지난 1996년. 인근 백화점의 문화센터에서 댄스 강좌를 들었던 부인 김씨가 함께 배우기를 권유했다. 당시 그는 골프 이외에 다른 운동은 하지 않고 있었다. 골프는 사업상 치다보니 부부가 함께 하는 시간은 별로 없었던 셈이다. "처음에는 영 어색하더라구요.우리가 춤에 익숙한 세대는 아니잖습니까" 그런데 이상하게도 점차 재미가 붙기 시작했다. 그는 "한 두시간 음악에 빠져 열심히 춤을 추고 나면 땀에 흠뻑 젖는다"며 "운동이 될 뿐만 아니라 삶에 활력소가 되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한층 두터워진 부인과의 공감대"라는게 그의 설명이다. 집에서도 자연스레 배웠던 동작과 자세에 대해 얘기하는 일이 잦아졌다. 아예 거실에서 음악을 틀고 연습을 하기도 했다. 그는 "부부싸움이라도 하는 날이면 서로 말을 하지 않다가도 주말이 다가오면 어떻게든 화해를 시도한다"며 "댄스스포츠는 같이 호흡하는 운동인데다 어려운 동작도 둘이 열심히 연습하다보면 나중엔 뿌듯한 만족감을 공유한다"고 덧붙였다. 부부동반 모임이나 동창회 등에선 이미 찰떡궁합 댄스커플로 유명하다. 그는 "주변의 성화에 못이겨 시범삼아 한번 춤을 보여주면 여기저기서 부러움을 산다"고 말했다. 요즘도 일주일에 2차례 서울 선능역주변의 스포월드에서 부부클래스를 수강한다. 가장 좋아하는 종목은 왈츠와 차차차다. 현 전무는 "일만큼이나 춤에서도 최선을 다합니다.매순간이 아주 즐겁지요"라며 다시 왈츠선율에 몸을 맡겼다. 글=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