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에너지시장 자유화 개방화 그리고 규제완화가 선진국은 물론 개발도상국가에서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석유 전력 가스에 대한 진입장벽 철폐,외국인 참여제한 완화,에너지가격에 대한 규제완화 등이 그 주요 내용이다. 에너지시장 자유화를 추진하는 목적과 내용은 각국이 처한 여건과 산업특성에 따라 다르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의 근본 목적은 에너지수급에 시장기능을 도입해 효율적인 에너지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으며,궁극적으로는 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소비자 효용의 증대이다. 우리나라에서도 90년대 후반 석유분야 규제완화가 본격적으로 추진됐고,최근에는 전력 가스 등 네트워크 에너지산업에 대한 구조개편을 추진하고 있거나 논의를 진행 중에 있다. 전력에 관해서는 발전부문이 분할돼 구조개편의 초기단계가 진행되고 있고,가스산업에서는 구조개편을 위한 관련법안이 마련돼 국회의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우리나라 가스산업은 석유 전력과는 다른 몇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우리나라는 가스를 전량 해외에서 수입한다. 국내시장이 국제시장과 연계돼 있는 셈이다. 이러한 점은 국내시장 구조개편을 위한 정책의 선택 폭을 제한할 수 있다. 둘째,우리나라 가스산업은 이미 도·소매가 이원화돼 있고 소매는 다수 민간사업자가 참여하고 있다. 전력과 같이 생산에서 판매까지 공기업이 독점했던 것에 비교하면,가스분야에는 다양한 이해를 갖는 집단이 존재하는 셈이다. 그만큼 새로운 시장설계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게 된다. 셋째,가스의 보편적 서비스에 대한 논의와 1차 에너지로서의 특성이 가격규제 완화에 대한 정책선택을 어렵게 할 수 있다. 엄밀히 말하면 배관망을 통한 가스공급은 전력과 달리 대체재가 존재하며,아직은 보급률이 60%를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가스 가격체제의 변경은 도시가스 발전 집단에너지 등 가스를 사용하는 모든 최종에너지업종에 영향을 미친다. 가스가격의 시장기능이 극대화되기 위해서는 가스를 사용하는 최종에너지산업의 규제완화가 동시에 추진돼야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기업이나 가정의 에너지비용 부담 측면이나,기후변화협약 같은 환경요인의 외부효과에 의해 영향을 받기도 한다. 이러한 몇가지 어려움은 가스산업 구조개편을 신중하고 포괄적인 검토를 거쳐 장기간 지속적으로 추진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가스산업 구조개편이 성공적으로 추진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영국과 미국 등의 경험도 이러한 필요를 증명한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점이 구조개편 추진을 무한정 지연하거나 거부해야 할 이유가 될 수는 없다. 국내적으로 석유 등 가스와 경쟁하는 연료에 대한 규제완화가 진행되고 있으며,경쟁의 현장인 전력산업의 구조가 개편되고 있다. 대외적으로도 WTO의 에너지시장개방 협상이 시작되고 있다. 개방된 시장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가스산업 구조개편을 늦출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 94년부터 논의된 가스산업 구조개편은 99년 11월 정부가 기본계획을 확정·발표함으로써 구체화돼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으며,정부는 가스산업 구조개편 및 가스공사 민영화를 위해 2001년 11월에 관련법률안 3개(가스공사법 개정안,도시가스사업법 개정안,에너지위원회법 제정안)를 국회에 제출해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가스산업의 구조개편은 외국의 경우 일반적으로 10여년 이상에 걸쳐 진행됐다. 국내의 경우도 이원화돼 있는 사업구조를 감안할 경우 7∼8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구조개편 계획의 내용과 시기는 국회 법안심의 과정에서,또 계획추진 과정에서 다소 변경될 수 있다. 그러나 자유화된 에너지시장에서 참여기업의 이익추구를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궁극적으로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법은 신중하게 논의를 계속하더라도 구조개편은 지금부터 추진되지 않으면 안된다.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