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노벨 과학상 수상자를 벌써 9명이나 배출했습니다.그러나 우리나라는 가까운 장래엔 노벨상을 기대하기 어렵다고들 합니다." 노벨 과학상을 받은 석학 3명을 초청,22일 서울 코엑스에서 '과학과 대중의 만남'이란 주제로 특별강연회를 개최한 한국과학문화재단의 최영환 이사장은 "노벨과학상을 배출하지 못한 것은 과학문화적 기반이 취약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과학문화는 21세기 한국의 과학입국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하부구조라는 것이다. "지난 40여년간 과학기술진흥을 위해 정부와 민간이 적지 않은 노력을 해왔습니다. 최근에는 스위스 IMD의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과학 경쟁력 10위에 올랐습니다.그런데도 청소년들은 이공계를 기피하고 과학기술인들의 사기는 떨어져 있습니다." 최 이사장은 "시들어 버릴지도 모를 과학기술의 봉우리를 활짝 피우기 위해선 사회문화적 토양을 비옥하게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학문화 창달과 확산을 위해 이제 언론이 선두에 나서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또한 새로운 동영상 매체로 확산되고 있는 인터넷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같은 전제아래 정부는 두가지 정책을 중점 추진해야 한다"며 "그 첫번째는 바로 질좋은 과학 콘텐츠를 풍부하게 공급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터넷을 포함한 각종 매스 미디어를 통해 국민의 눈높이와 취향에 맞춘 과학기술관련 지식과 정보가 수돗물처럼 보급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창의적인 과학문화 전문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하는 것이 두번째 과제라고 강조했다. 창의적인 과학 콘텐츠 기획가를 비롯 과학 저널리스트,저술가,시나리오 작가,프로듀서,과학 커뮤니케이터 등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과학문화 확산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내년엔 연구개발 예산이 5조2천6백억원으로 올해보다 6.1% 늘어난다고 합니다.그러나 범사회적인 과학문화가 뒷받침되지 않고는 큰 성과를 올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는 과학기술에 대한 국민적 수용과 애정(Public Acceptance)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청소년의 이공계기피 현상도 과학친화적인 사회문화 풍토가 조성돼 있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척박한 토양에서는 숲이 울창하게 자라지 못한다"며 "더 늦기 전에 과학문화에 눈을 돌려야 한다"고 거듭 힘줘 말했다. 조정애 기자 j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