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秋史) 김정희(1786~1856)의 글씨를 흉내낸 위작은 추사 생전에도 많이 나돌았다. 추사가 유배당했던 북청 위작에서부터 거제도 위작,전라도 위작 등이 등장했는데 위작마다 지역별 특성이 있다고 한다. 요즘도 시중에 거래되는 추사 작품의 상당수는 가짜다. 추사 작품은 위작으로 인해 제대로 값어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추사의 명품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회가 추사 작품의 최대 보고(寶庫)인 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한국민족미술연구소가 주최한 '추사명품전'에는 추사가 말년에 쓴 예서 등 84점이 출품됐다. '좋은 반찬은 두부 오이 생강나물,훌륭한 모임은 부부와 아들딸 손자.이것이 촌 늙은이의 제일가는 즐거움이 된다(大烹豆腐瓜薑菜 高會夫妻兒女孫.此爲村夫子第一樂上樂)' 추사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 남긴 예서 작품이다. 명예나 돈은 다 쓸데없고 가족과 음식이 행복의 근원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이한철이 그린 추사 초상화는 추사 고택에서 도난당했다가 극적으로 회수돼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이다. 추사는 또 '차를 마시며 선정(禪定)에 든다'는 뜻으로 '명선(茗禪)'이라는 글씨를 써서 초의 스님에게 선사했다. 유배지에 자주 차를 보내왔던 초의 스님으로부터 차를 얻기 위해 은연중에 농을 건네기도 했다. 최완수 간송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은 "추사 작품 중 명품만을 추려 보여주는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추사체의 진면목을 확인하고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느낄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11월3일까지. (02)762-0442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