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부진 ABB '파산위기'..석면소송등 악재겹쳐 유동성 위기 봉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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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최대의 전력 및 자동화 설비기업으로 한때 세계 초일류기업으로 명성을 날리던 ABB가 파산위기를 맞고 있다.
실적부진에다 대규모 석면피해 보상 소송까지 겹치면서 유동성 위기에 봉착,앞날을 기약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ABB는 향후 1년내 만기가 돌아오는 37억달러의 부채에 대한 채무조정에 실패할 경우 몰락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비관적인 수익 전망=ABB는 지난 21일 오후 늦게 올해 영업수익률 5%를 달성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회사가 총력을 기울여온 비용절감의 효과가 결실을 보려면 예상보다 긴 시간이 필요하며,지난 9월 중 자사제품 판매도 전혀 회복되지 않았다고 시인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스위스 취리히증시에 상장된 ABB의 주가는 22일 하루만에 무려 62%나 폭락한 2.05스위스프랑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위르겐 도어만 최고경영자(CEO)는 "여름철 비수기가 끝나면 으레 나타났던 수십억달러 규모의 주문도 올해는 없었다"며 "현재로서는 미래에 대한 어떠한 약속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석면소송이 발목 잡아=ABB는 지난해 9억4천만달러의 석면 피해보상 소송에 직면,이 가운데 6억9천1백만달러를 손실로 처리했다.
하지만 석면 소송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주 법원에 계류 중인 2백50여건의 석면소송은 이 회사를 산산조각낼 수 있는 핵폭탄이 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ABB는 궁여지책으로 미국내 자회사인 컴버스천엔지니어링의 파산신청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예상되는 피해보상액 규모가 컴버스천엔지니어링의 총자산(8억1천2백만달러)을 대폭 초과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석면소송이 ABB 본사로까지 확산되면 그 파장은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금융부문 매각이 관건=여기에 무디스는 ABB의 신용등급을 정크본드 바로 위인 Baa3로,S&P는 A-에서 BBB+로 한 단계 낮춰 위기를 증폭시켰다.
이에 따라 회사채 발행및 은행대출 협상시 ABB의 상황은 더욱 불리해지게 됐다.
ABB는 오는 12월 만기가 돌아오는 10억달러의 은행 차입금을 포함, 향후 1년내에 37억달러의 채무조정을 해야 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ABB가 GE와 추진 중인 23억달러 규모의 금융부문 매각 성사 여부가 회사의 운명을 결정하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