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지대, 좁은 운신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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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가 사흘만에 비교적 큰폭 반등했다.
추가하락과 재상승의 기로에 섰던 증시는 이날 상승으로 20일선을 다시 회복하면서 한숨 돌리는 모습이다. 프로그램 매수세에 기반한 상승의 한계를 갖고 있지만 고객예탁금이 9조원을 넘고 외국인 등 주요 투자주체의 현금확보로 향후 수급 개선의 기대가 높아진 상황이다.
미국 부시행정부가 이라크와 북한 핵에 대해 평화적 해결을 모색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국제유가가 안정세를 찾고 있어 모멘텀 부재 장세에 한가닥 상승의 핑계를 제공하고 있다.
다만 4/4분기 기업실적 전망이 내려가고 있고 경제지표 부담감도 높아 추세적 대응은 어려운 상황이다. 박스권을 설정한 뒤 중소형 실적주 중심으로 기술적 매매를 구사하거나 당장 신규매수는 되도록 자제하면서 시장 변화 추이를 지켜보자는 시각이 많다.
◆ 외국인 선물 매수, 프로그램매수 기대 = 수급호전의 한 요인으로 꾸준히 지적되어온 프로그램 매수가 이날 급속히 유입되면서 지수 급상승을 견인했다. 매수차익잔고의 상승으로 매물부담이 늘어났지만 이후 추가적 프로그램 매수 유입 기대감도 적지 않다.
일단 최근 급속히 벌어지며 악화일로를 달리던 시장 베이시스가 장중 콘탱고로 전환되며 분위기 전환 가능성을 내비쳤다. 베이시스가 마이너스 0.37로 마감했고 이후 흐름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
외국인은 이날 지수선물을 1만계약 이상 순매수하며 급변 장세를 연출했다. 현물시장에서의 외국인 매도로 빛이 바랬지만 최근 추이를 되짚어볼 때 긍정적 변화 가능성도 감지되고 있다.
외국인이 지난주 선물시장에서 약세 포지션을 일단락했고 이후 이번주초 중립적 양상을 보이던 중 대규모 순매수로 전환했다는 점에서 단순히 투기성 매매로 일축할 필요는 없다는 것.
신영증권 김인수 투자분석팀장은 “외국인이 최근 선물시장에서 매도와 매수를 왔다갔다했지만 이날 누적 매수포지션으로 전환한 것의 의미를 폄하하기는 어렵다”며 “다만 현물시장 매도를 감안할 때 크게 보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프로그램 매수차익잔고가 이날 3,000억원 이상 들어왔지만 추가적인 유입가능성이 전망되고 있다.
이트레이드증권 파생상품운용팀 안종훈 팀장은 “오늘 시장이 워낙 강해 내일도 선물 괴리율이 오늘처럼 장중에 0.7~0.8% 정도로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 괴리율에서는 2,000억~3,000억원 정도의 추가 매수유입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SK증권 김대중 연구원은 “프로그램 매수차익잔고가 직전고점에 4,000억원까지 누적된 뒤 1,000억원 미만으로 내려갔다”며 “지금은 외국인 포지션이 정리된 상태라 프로그램 매수차익잔고가 향후 4,000억원에서 최고 9,000억원까지 쌓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 여전히 어려운 시장, 적극매수는 자제 = 기술적 반등 추세가 아직 마감되지 않았다는 시각이 강하게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기업실적 모멘텀의 효과가 반감되고 있어 유동성을 강하게 끌어들일 만한 계기가 없다는 점에서 반등의 한계가 뚜렷해보인다.
미국 기업 254개 기업중 61%의 3/4분기실적이 예상치를 초과, 과매도 해소를 위한 눈높이 맞추기식 상승흐름을 이었다. 그러나 4/4분기 전망치는 지난 9월이래 7주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의 이라크 강경정책이 다소 누그러지면서 석유선물시장에 투자해온 헤지펀드의 증시 유입가능성도 타진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산업생산이 2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인 가운데 이달 후반에 대기중인 내구재주문, 소비지신뢰지수, GDP 등 경제지표의 재검증 과정을 앞둔 상황이라 기대감은 크지 않다.
기술적 지표 등을 이용해 재차 과매도권에 진입하기를 기다린 뒤 저가매수하는 신중한 매매를 권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한화증권 조덕현 시황팀장은 “주가가 670선 고점을 경신하는가 아니면 기간조정에 들어서는가의 기로에 서 있다”며 “단기고점을 넘기위해서는 일단 거래대금 회복이 필수적으로 확인되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증권 엄준호 선임연구원은 “미국의 이라크 전쟁을 전후해 본격 반등세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방향성을 잡기 힘들어 주식을 쌓아가기 부담스럽고 급락시 매수한 뒤 고점에서 현금화하는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영증권 김인수 투자분석팀장은 “목표지수대를 정해놓고 대응하고 성급하게 쫓아 팔고 살만한 자리가 아니다”며 “20일선 밑에서는 매수하고 670~680에서 매도를 권한다”고 말했다.
대신경제연구소 조용찬 수석연구원은 “미국의 부시 행정부가 오는 11월 5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라크와 북한에 대한 긴장 완화시도를 보이고 일본도 이달말 예비선거를 앞두고 있어 분위기 개선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한정진기자 jj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