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비어 올리브 딸기 청포도 초컬릿... 냉장고 속 풍경이 아니다. 화장대 위에 펼쳐지는 "맛과 멋의 향연"에 관한 이야기다. 진미 중의 진미라는 캐비어(철갑상어알)에서 달콤한 초컬릿까지. 온갖 맛있는 재료로 만든 화장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환경친화와 자연주의가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이른바 "에더블 코스메틱(edible cosmetics;먹을 수 있는 화장품)"이 새 트렌드가 된 것. 물론 먹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먹어서 좋은 것은 발라도 좋다"는 것이 이 화장품의 컨셉트이다. 실제로 피부학자들에 따르면 동.서양을 막론하고 미용재료로 사랑받는 콩에는 피부를 부드럽게 가꿔주는 영양분이 듬뿍 들어있다. 딸기 파파야 포도 같은 과일에도 싱그러움을 더하는 성분이 가득하다. 올리브오일은 살갗을 실크처럼 부드럽게 해주고 꿀은 자극받은 피부를 달래고 촉촉함을 더하는 위력을 발휘한다.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대명제 아래 국내외 화장품 회사들은 앞다퉈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각종 "아름다움의 비밀"에 관심을 두고 있다. 라프레리는 최고가 스킨케어 제품군인 "스킨 캐비어"에 캐비어를 주재료로 쓰고 있다. "스킨 캐비어 럭스 크림""스킨 캐비어 아이 콤플렉스""스킨 캐비어 퍼밍 콤플렉스"등 3종 세트. 캐비어에 함유된 단백질 아미노산 미네랄 비타민이 세포에 활기를 주고 수분을 더해준다는 설명. 에스까다코스메틱의 "하이 퍼포먼스 크림 파운데이션"도 캐비어 성분이 들어 있어 피부 잡티를 커버하는 동시에 피부를 윤기있게 해준다고 라프레리측은 말한다. 지난 22일 선보인 미국 자연주의 화장품 "프레쉬"는 쌀 설탕 버터 초컬릿 우유를 주성분으로 만든 라인들을 갖추고 있다. 초컬릿 성분의 비누 샴푸 바디로션은 달콤한 초컬릿향이 우울한 기분을 달래주는 효과도 있다고 한다. 바디샵은 "피부를 위한 유기농 요리"라는 슬로건으로 "오가닉 푸드바(Organic Foodbar;유기능 음식코너)"라는 바디 제품들을 선보였다. 유기농으로 재배한 콩 올리브 꿀 등의 성분이 피부를 자극없이 지켜준다고. 뉴스킨의 "뉴트리센셜즈 스킨케어 라인"은 세계 각지의 고유음식에서 찾아낸 영양성분을 넣어 만든 화장품으로 피부를 건강하게 해준다는 제품이다. 피부가 곱기로 소문난 아시아 여성들이 즐겨먹는 콩을 비롯 올리브 딸기 파파야 등에서 추출한 성분이 주재료다. 에스티로더의 "이퀄라이저 스마트" 베이스 메이크업 시리즈는 콩과 코코넛을 주성분으로 썼다. 오휘의 "컨투어 포뮬러"는 청포도 추출물이 들어 있어 피부를 청포도처럼 싱그럽게 가꿔준다고 한다. 한마디로 "먹거리 화장품 전성시대"다. 다음 세대 화장품에는 과연 어떤 먹거리가 들어갈까.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