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프랑스 상징주의 시인 샤를르 보들레르(1821∼67년)가 남긴 유일한 소설 '라 팡파를로'(솔,이건수 옮김,6천원)가 국내 처음으로 번역돼 나왔다. 이 소설은 미술평론가로 활약하던 청년기 보들레르의 대표작으로 당시 프랑스 지식인 사회와 예술가들의 물질 만능주의 및 위선과 부도덕을 신랄하게 꼬집고 있다. 보들레르의 청년기 모습을 빼어닮은 듯한 작가 사뮈엘 크라메가 주인공.직업도 없이 빈둥대기 일쑤인 그는 게으른 몽상가이자 야심가이고 병적인 동시에 열정적이다. 그는 산책 중에 우연히 어린 시절 소꿉친구였던 코스멜리 부인을 만난다. 코스멜리 부인은 관능적이고 도발적인 외모에 재능까지 겸비한 무희 라 팡파를로에게서 자신의 남편을 떼어달라고 부탁한다. 사뮈엘은 앞뒤 재지 않고 덜컥 코스멜리 부인의 부탁을 받아들이지만 오히려 무희에게 발목이 잡혀 동거생활에 들어간다. 프랑스의 마지막 낭만주의자를 자처했던 사뮈엘은 결국 무희에게 기생하며 세속적 영예를 탐하는 속물로 전락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