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ONG KOREA] 제2주제 : (6) 외국기업 R&D 인력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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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천안의 외국인전용공단에 들어와 있는 유럽의 반도체 제작회사인 K사.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직후인 99년초 입주해 4년째를 맞고 있지만 이곳의 연구개발(R&D) 인력은 10여명 안팎에 불과하다.
나머지 대부분은 생산직이다.
입주 당시 지방자치단체로부터 3천여평의 부지를 무상 임대받았지만 절반 가까이를 놀리고 있는 실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당초에는 연구인력을 40~50명 수준으로 늘려 한국을 아시아지역 R&D거점으로 활용할 계획이었다"며 "기대만큼 우수인력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우수인력을 스카우트하더라도 지방에 있다는 이유로 이동이 잦다"고 털어놨다.
K사 뿐만이 아니다.
외국기업들은 한국에서 연구개발인력을 확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의 인력들은 신기술분야의 전문성이 부족하고 국제화가 제대로 돼있지 않다는 게 이들의 평가다.
노키아코리아는 최근 한국내 R&D센터를 철수했다.
80여명의 연구인력 가운데 일부는 미국과 캐나다의 연구센터로 재배치됐고 나머지 인력은 국내 휴대폰 업체에서 다시 자리를 잡았다.
노키아는 당초 한국을 휴대폰 제품의 '테스트 베드(시험무대)'로 키운다는 글로벌 R&D전략에 따라 지난 2000년 한국에 R&D센터를 세우고 삼성전자 LG전자 등으로부터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분야 연구인력을 대거 스카우트했다.
노키아가 R&D 센터를 철수한 것은 핀란드 본사의 해외사업 합리화 때문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는 "노키아의 경우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을 국내에서 개발할 계획이었지만 국내 연구진의 수준이 떨어졌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전문가들의 조사결과에서도 소프트웨어, 유전체학, 환경.에너지 등 미래유망 신기술 분야의 우수 연구인력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박재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박사는 "과거 반도체와 통신 등에서 보여줬던 경쟁력이 갈수록 약화되고 있는게 사실"이라며 "미래 첨단기술 분야에서 우수한 고급두뇌를 길러내지 않으면 동북아 R&D 중심국가로 성장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연구인력의 국제화도 시급하다.
대표적인 것이 언어문제.
연구인력의 고학력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지만 의사소통에서는여전히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자동화기기 업체인 하니웰의 사례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이 회사는 미국에 있는 자동제어 부문 글로벌 R&D센터를 한국으로 이전하기로 하고 현재 천안에 건물을 짓고 있다.
그러나 이 회사의 고민은 연구인력을 확보하기가 어렵다는데 있다.
최근 공고를 통해 영어에 능통한 전문 엔지니어 1백50명을 공채했지만 영어실력을 제대로 갖춘 경력자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결국 지원자가 거의 없어 채용기준을 '영어가 가능한 대졸자'로 넓힐 수 밖에 없었다.
하니웰의 최기순 이사(R&D센터 설립 코디네이터)는 "해외지사간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하려면 영어소통은 필수인데 아직 멀었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한국 인력 활용에 따른 인건비 증가도 또다른 문제점의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예전에는 우수한 인력을 선진국보다 싼 값에 고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이제는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웬만한 연구원의 연봉은 선진국 수준을 능가할 정도다.
"한국이 아시아에서 중국이나 대만 등에 R&D 중심기능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선 결국 글로벌화된 연구인력을 육성해야 합니다."
한국에 R&D와 생산기지를 설립해 외국기업 가운데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는 ABB코리아의 로버트 수터 사장은 한국이 동북아 R&D 허브가 되기 위한 핵심열쇠는 바로 고급두뇌 양성이라고 잘라 말한다.
정종태 기자 strong-korea@hankyung.com
[ 협찬 : 삼성.포스코.산업기술평가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