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데스크] 기대되는 기업 정보 교류..이봉구 <부국장대우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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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재계에서는 의미 있는 하나의 흐름이 포착되고 있다.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기업들간에 서로의 경영노하우와 기업정보를 공유하려는 현상이 그것이다.
특히 이같은 움직임이 삼성 LG SK 등 경제계를 리드하는 대기업들 사이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삼성은 최근 용인의 인력개발원에서 인재육성 컨퍼런스를 개최하면서 다른 기업이나 공무원, 관련 학자 등에게도 문호를 개방했다.
LG SK 현대차 등 많은 기업의 인사담당자들이 이 모임에 참가했다.
이에 앞서 LG도 이달 중순 LG인화원에서 인사담당자 회의를 개최했다.
이 행사 역시 삼성 현대차 등 다른 기업의 인사담당자들이 참가해 서로간의 노하우를 공유했다.
정보공유는 인사관리 쪽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6시그마의 대가로 알려져 있는 김쌍수 LG전자 사장은 이제 막 이를 도입한 포스코에서 6시그마 경영에 대한 강연회를 가졌다.
SK의 경우는 고강도 구조조정계획을 발표한 지난주 제주도 사장단 회의 기간 중 구조조정 모범기업으로 꼽히고 있는 (주)두산의 박용만 사장을 초청해 구조조정에 대한 강연을 들었다.
이런 사례들은 노하우 공유를 통해 경영효율성을 끌어올리려는 대기업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이같은 움직임은 경영기법에 관한 것이라면 외국기업의 예나 외국 전문가의 이론에 의존해오던 우리 기업들이 국내에서 사례를 찾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둘 수 있다.
국내기업들간에 서로의 강점을 인정하면서 공존과 상호이익을 도모하려는 움직임이라는 점에서도 관심을 모은다.
글로벌 스탠더드로 불리는 미국기업이라고 해서 모든 것을 다 잘 할 리는 만무하다.
그들의 경영기법이나 재무 스타일 등에는 물론 유익하고 효율적인 것들이 많지만 모든 것이 우리 기업이나 우리 문화에도 들어맞는다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특히 단기 성과주의를 중시하는 그들의 경영스타일이 과연 옳은 것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
단기 성과주의가 오늘날의 강성한 미국기업을 일구는 데 밑거름이 된 것은 틀림없지만 부작용 또한 적지않다.
대표적인 것이 대규모 부정회계가 발각된 엔론사건이다.
이 사건은 이사회와 주주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단기실적을 올리고 주가 유지에 급급해야 하는 미국기업 CEO들의 현주소가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음에 틀림없다.
연봉제나 계약제 문제도 아직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 많다.
성과를 올린 만큼 보상해준다는 취지는 좋지만 종업원들 중에는 자신도 언제 실적 부진으로 자리를 떠나야 할 지 모른다며 불안해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다 보니 요즘 들어선 종업원들의 회사에 대한 충성심이 갈수록 박약해져 가고 있다.
한국기업의 전통적 강점이었던 단결과 화합분위기가 약화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엔 미국의 문화가 있고 한국엔 한국의 문화가 있다.
두 문화에는 분명히 큰 차이가 있다.
미국기업의 경영스타일은 미국문화라는 큰 테두리 속에서 창출된 것이다.
그런 면을 생각하면 국내기업을 벤치마킹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대단히 좋은 방법임이 분명하다.
성공한 한국기업은 같은 문화,비슷한 여건 속에서 경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배울 점이 더 많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종업원에 대한 대우는 비슷한데도 유난히 노사관계를 잘 이끌어가는 한국기업이 있다면 이 기업을 연구하는 것이 보다 많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경영 노하우 및 정보를 공유하려는 최근의 재계 움직임은 대단히 뜻깊은 현상으로 받아들여진다.
앞으로 이같은 활동이 더욱 확산돼 한국기업들이 서로의 강점을 배우면서 세계적 기업으로 함께 뻗어나가기를 기대하는 마음 간절하다.
b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