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대우전자의 임시주총이 열린 여의도 전경련 회관 국제회의실. 대우전자의 가전사업부문을 인수하게 되는 대우모터공업의 김충훈 사장이 일반 주주 틈에 끼여 주총장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김 사장은 이날 굳이 주총장에 나올 이유가 없었다. 이날 주총은 어디까지나 대우전자의 주총이었고 그는 대우전자의 임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대우전자 주식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아예 참석자격조차 없는 셈이었다. 이날 주총은 대우전자의 가전과 영상사업부문을 대우모터공업에 양도하는 안건을 통과시키기 위해 소집됐다. 전체 의결주식의 88%가 참가했다. 이중 채권단측 지분은 86%.소액주주 지분은 2%에 불과했다. 43대 1.소액주주들도 반대표결을 시도하지 않았다. 대신 소액주주대표는 영업양도에 대해 승인 이후 자신들의 입장을 30여분간 전달했다. "1억원이 넘는 돈을 대우전자에 투자했습니다. 7대1로 감자를 당한 뒤에도 클린컴퍼니로 다시 태어나게 될 것이라는 회사말만 믿었습니다. 그런데 우량자산만 새 회사에 넘기고 대우전자에는 6조원이 넘는 빚만 남겼습니다. 클린 컴퍼니의 주식 단 1주도 소액주주에게 배정하지 않았습니다." 김 사장은 조용히 듣기만 했다. "주식매수 청구가격이 10원이랍니다. 7대1로 감자당할 때 이미 액면가 3만5천원짜리 주식이 됐습니다. 그런데 회사는 이 주식을 단 10원에 되사겠답니다." 소액주주의 발언이 끝났고 안건은 원안대로 표결없이 통과됐다. 폐회선언까지 5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주총이 끝난 뒤에도 김 사장은 한동안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참담한 심정입니다. 주주와 국민에 큰 죄를 졌습니다. 법적인 책임은 없다지만 그보다 더 큰 도덕적 의무감을 느낍니다. 신설법인을 반드시 정상화시켜 이 빚을 꼭 갚겠습니다." 김 사장이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목소리도 가늘게 떨렸다. 주위에 있던 임원들도 고개를 떨구었다. 대우전자의 마지막 주총은 이렇게 끝이 났지만 살아남은 이들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져 있었다. 이심기 산업부 대기업팀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