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나무에 청진기를 대보세요. 나무의 숨소리를 들을 수 있어요." 나무의 숨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동화같은 광고 카피는 유한킴벌리가 19년째 추진하고 있는 라디오 환경캠페인에 등장한다. 올해의 테마는 "생명의 소리". 나무와 달팽이 방아깨비 등 평소 쉽게 들을 수 없는 작은 생물들의 소리가 광고에 담겨있다. "생명의 소리" 연작광고는 2002 대한민국광고대상 라디오부문 최고상인 금상을 차지했다. 벌써 같은 대회에서만 5연패다. 유한킴벌리의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이 오랫동안 "명광고"의 명성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제작자들의 남다른 장인정신 덕이다. 3년째 유한킴벌리의 라디오 캠페인을 맡아온 오리콤의 카피라이터 이주영 차장(30)은 그중에서도 단연 1등공신으로 꼽힌다. 오로지 소리로만 승부를 내야 하는 라디오 광고는 카피라이터의 역량이 작품의 질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광고일을 시작한지 8년째. 이 차장은 "다양한 광고들을 제작해 봤지만 유한킴벌리의 환경광고만큼 힘든 광고도 없다"고 털어놓는다. 광고주가 환경과 관련된 지식이 워낙 풍부하기 때문에 작업이 조금만 소홀해도 퇴짜를 맞기 때문이다. 이 차장은 만족스러운 광고를 만들기 위해 아이디어 회의에서부터 카피의 제작,녹음에 이르는 전 과정에 직접 참여해 왔다. 이 차장은 "공들여 제작한 작품이기 때문에 광고 한편이 완성될 때마다 딸자식을 시집보내는 기분이 된다"고 웃으며 말한다. 이 차장은 환경캠페인을 제작하면서 환경운동가 못지 않은 전문지식을 가지게 됐다. 그녀의 하루는 동식물 도감과 백과사전을 펴는 것으로 시작된다. 다음 광고에 사용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발견하기 위해서다. 이 차장은 "들어보지 못한 소리를 상상해가며 카피를 써야 하는 것이 가장 힘들다"며 "제대로 된 느낌을 잡아내기 위해서는 열심히 공부하는 수 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이 차장이 말하는 광고제작의 백미는 녹음 작업이다. 광릉 수목원에서 벌어지는 동시녹음 작업에는 제작진과 성우,음향전문가가 총출동한다. 동시녹음은 비용도 많이들고 손도 많이가기 때문에 라디오 광고에서는 드문 일이다. 하지만 이 차장은 "따로 녹음을 해서 합치면 생생한 느낌이 사라진다"고 설명한다. 녹음을 하는데 가장 큰 골치 덩어리는 비행기. 간신히 채집한 소리가 비행기의 소음 때문에 못쓰게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 차장은 "녹음하러 나가보면 참을성 있게 기다리는 법을 배울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이 차장은 광고를 듣고 사연을 보내오는 사람들 때문에 힘이 난다. 나무를 함부로 꺾으면서 놀던 아이가 "나무도 숨을 쉰다"는 광고를 접한 후 나무를 소중히 여기게 됐다는 젊은 어머니의 사연은 그녀를 더욱 분발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그녀는 "청취자들이 좋은 광고라고 칭찬해 줄 때가 상을 받을 때보다 훨씬 좋다"며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들이 많아져 어깨가 무겁다"고 털어놓는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