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실 자리가 많아지는 계절이 다가왔다. 날씨가 쌀쌀해지고 연말이 가까워 오면 술을 멀리 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선배 동료 후배들의 술자리 참석 요청을 한두번은 거절할 수 있지만 마냥 "못 가겠다"고 할 수는 없는 게 직장생활이다. 업무상 어쩔 수 없이 술을 마셔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술을 마시더라도 지켜야 할 것은 지켜야 한다. 아무 생각 없이 마셔대면 나중에 후회하기 십상이다. 과음과 폭음은 피한다. 과음과 폭음은 신체적,정신적으로 손상을 준다. 여러가지 병의 원인이 됨은 물론이다. 간질환,위장병,심장질환 뿐 아니라 뇌세포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 건강을 해치면 가족에게 피해를 주고 대인관계에도 문제가 생긴다. 첫잔은 오래, 천천히 마셔라. 농도 높은 술을 첫잔부터 단숨에 마시면 위염이나 위점막에 가벼운 출혈이 생길 수 있고 몸 전반에 무리를 주게 된다. "원샷"처럼 급히 마시는 술은 알코올 농도를 급속히 높여 중추신경이나 호흡중추를 마비시킬 수 있다. 이런 식으로 계속 마시면 뇌마비와 혼수상태를 일으킬 수도 있다. 편안한 마음으로 첫잔을 천천히 마시는 것이 좋다. 거절하고 싶을 때는 거절하라. 어떤 술을 마시든 그것은 나의 마음이다. 술을 더 마실 것인가,그만 마실 것인가도 자신의 결정에 달려 있다. 아무리 약한 술도 더이상 마시고 싶지 않을 때는 거절하는 것이 좋다. 특히 요즘은 이런 거절이 이해된다. 안주를 잘 먹으면서 마셔라. 술자리는 늘 속이 빈 상태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공복에 마시면 알코올 흡수속도가 빨라지고 혈중알코올농도도 급격히 상승한다. 특히 술 마신 뒤 컨디션을 나쁘게 하고 위점막을 자극한다. 음주전에 반드시 음식을 먹어 두거나 건배 뒤에 일단 잔을 내려놓고 안주를 먹도록 한다. 술 마시면서 담배 피지 말라. 니코틴은 알코올에 잘 용해된다. 술 마시면서 담배를 피우면 술이 더 빨리 취하고 녹초가 된다. 니코틴 외에도 담배에 포함된 각종 유해물질 발암물질이 저항력이 약해진 몸에 잘 침투한다. 대화를 안주삼아 마셔라. 혼자서 술을 마시면 마시는 속도도 빠르고 양도 많아지게 된다. 기분이 나쁠 때 혼자 마시면 빨리 취하는 것도 같은 이치다. 감정도 격앙돼 더욱 나쁘다. 여러 사람과 대화를 나누며 술을 마시면 대화한 만큼 덜 마시게 되고 기분도 좋아져 술이 빨리 깨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대화 만큼 좋은 안주는 없다. 무리하게 술을 권하지 말라. 자기가 싫어하는 것을 남에게 시키지 말라는 말이 있다. 술도 마찬가지다. 내가 마시기 싫으면 남도 싫은 법.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해 술을 강제로 먹여서는 안된다. 요즘은 자기 주장이 뚜렷한 직장인들이 많기 때문에 특히 유의해야 한다. 술이 세다고 자만하지 말라. 술이 세다고 떠들고 다닌 사람은 나중에 고생한다. 술은 마실수록 늘 수 있지만 알코올 저항력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체질은 강해질 지 모르지만 알코올에 끄덕 없는 간은 없다. 술 세다는 사람치고 간에 이상이 생기지 않는 사람이 없다. 술 앞에 겸손해야 한다. 임산부는 절대 마시지 말라. 임신중에 술을 마시면 자기 자신은 물론 태아에게 악영향을 준다. 혈중 알코올이 태반을 통과해 곧바로 태아에게 전달돼 태아도 취한 상태가 된다. 특히 독성이 강한 아세트알데히드 등도 태아에게 전달돼 유산이나 조산할 위험이 커진다. 약과 함께 마시지 말라. 약을 복용하면서 술을 마시면 간은 약과 알코올 두가지를 동시에 대사하지 않으면 안된다. 알코올이 간에 들어오면 알코올을 먼저 분해한다. 자연히 약의 분해가 늦어져 혈중에 오래 정체하기 때문에 약의 작용이 과하게 나타난다. 간을 쉬게 하라. 간이 알코올을 분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알코올을 섭취하면 아세트알히드 성분이 분해되지 않고 간장에 남는다. 이로 인해 간 조직이 상하게 되고 지방이 쌓이게 된다. 과음을 한 경우 2~3일 이상은 절대 술을 마시지 않아야 간장에 쌓인 유해성분이 해독된다. 음주후 운동하지 말라. 술을 마신 상태에서 격렬한 운동을 하는 것은 심장발작을 일으킬 수 있다. 술 마시고 수영하면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술을 마시면 반사신경과 판단력이 둔해져 상처를 입거나 남을 다치게 할 수 있다. 사우나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고기완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