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주요 재계지도자와 경제전문가들은 일본경제가 장기침체에서 못벗어나고 있으나 아시아 '최고의 성장엔진'으로서의 위용을 지켜나갈 것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그러나 머지않아 중국이 일본을 제치고 아시아의 최고 경제대국으로 '등극'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만만찮았다. 멕시코의 로스 카보스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에 때맞춰 27∼28일 모인 세계 재계지도자와 경제전문가들은 일본이 기업.금융부채에 짓눌려 불황탈출에 실패하고 있는 현 상황을 우려하면서도 일본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국제통화기금(IMF) 아-태국장을 지낸 휴버트 나이스 도이체방크 아시아담당 회장은 일본이 영원히 스태그네이션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것이라는 견해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는 시각을 보였다. 그는 "일본의 경제문제가 치유불능이라고 보지 않는다"면서 "어느 단계에 가면 정치인들이 힘을 합쳐 일본을 다시 성장가도로 올려놓는 데 필요한 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일본전문가로 `오리엔탈 이코노미스트 리포트'의 편집장인 리처드 카츠는 "결국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총리가 어떻게 할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고이즈미 총리가 다케나카 헤이조 경제재정상 겸 금융상의 금융개혁안을 강력지지할 경우 이 개혁안의 성공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미국 휴렛 패커드의 최고경영자(CEO) 칼리 피오리나는 일본과 중국 경제의 향배가 주도권 경쟁에 달려있다고 보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한 시각이라면서 "이는 한 쪽이 이기고 다른 한쪽이 지는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이 중요한 성장엔진의 역할을 계속 맡을 것이고 중국 또한 세계에서 더욱 중요한 경제강국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점은 불문가지"라면서 "그러나 이것이 '이기고 지는' 게임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일본의 위상추락을 지적하는 CEO들도 많았다. '뉴욕생명보험'의 회장.사장 겸 CEO 사이 스턴버그는 "중국이 일본을 추월할 가능성이 아주 큰 것으로 믿어진다"고 말했다. 호주 `커먼웰스 뱅크'의 데이비브 머레이 전무도 "중국이 자체 모멘텀을 얻어나간다면 일본을 밀어내고 아시아를 이끄는 힘으로 등장할 것"이라며 스턴버그 회장의 견해에 동조했다. (로스 카보스 AF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