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 CEO 인선기준, 내실 다지는 '살림꾼' 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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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경력의 스타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살림꾼이 좋다.'
최근 외국계 정보기술(IT) 업계에 불고 있는 최고경영자(CEO) 인선기준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SAP코리아 한국HP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 등 외국계 IT업체들은 내실을 다질 수 있는 실무형 인사를 발탁,CEO 인선에 새로운 바람을 주도하고 있다.
불과 1∼2년 전까지만 해도 화려한 경력과 폭넓은 인맥을 갖춘 스타급 인물을 영입하기 위해 혈안이었던 것과는 대조되는 양상이다.
지난 6월 말 최승억 사장의 사임 이후 4개월가량 후임자를 물색해 온 SAP코리아는 최근 한의녕 프라이즈텍 사장을 지사장으로 영입했다.
한 신임 사장은 18년간 한국IBM에서 마케팅 컨설팅 등을 두루 섭렵한 정통 IBM맨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의외라는 반응이다.
강성욱 전 컴팩코리아 사장과 강세호 전 삼성네트웍스 사장 등 IT 스타들이 최종 후보로까지 거론됐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2000년 3월 수억원의 배상금을 물어가면서 경쟁사인 한국오라클에서 최 전 사장(당시 상무)을 영입했던 경험까지 있어 업계 거물급인 두 명의 강 사장중 한 사람이 낙점 받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었다.
업계에서는 전사적자원관리(ERP) 부문에서 독보적이던 SAP코리아가 지난해 40억원가량의 적자를 내는 등 회사 위상이 크게 실추되자 차분하게 조직과 내실을 다질 수 있는 실무형의 한 사장을 선택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난 3월 사임한 이상헌 전 사장 후임으로 8월 말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의 사령탑에 오른 유원식 사장도 비슷한 케이스다.
21년간 한국HP에서 잔뼈가 굵은 유 사장을 영입한 것은 아킬레스건이었던 대기업 시장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었다.
이에 앞서 지난 5월 컴팩코리아와 합병한 통합HP 한국법인의 사령탑에도 관리형인 최준근 사장이 올랐다.
당시 업계에서는 컴팩코리아의 수장이던 강성욱 사장이 통합HP를 이끌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인수 당하는 회사의 CEO였지만 합병사 사령탑에 앉은 전력도 있는 데다 무엇보다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경영스타일이 칼리 피오리나 HP 회장과 닮았다는 점 때문이었다.
미국 e베이가 최대 주주인 인터넷 경매업체 옥션도 지난 7월초 인터넷 전도사로 불리며 활발한 활동을 벌여온 이금룡 사장을 중도하차시키고 두루넷 사장을 지낸 이재현씨를 영입했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침체로 실적부진에 허덕이면서 외국계 IT업체들이 내실을 다질 수 있는 인물을 중시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