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20년래 최저인 저축률 .. 鄭洪周 <성균관대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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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극적 의미에서 저축은 소득 중 쓰고 남는 부분이다.
적극적 의미에서 저축은 소득 중 쓰지 않고 남기는 부분이다.
쓰다 남는 소득의 존재가 저축의 필요조건이라면,쓰지 않고 남길 이유의 존재가 저축의 충분조건이다.
우리보다 소득이 적었던 앞 세대들은 먹을 것 안 먹고,입을 것 안 입으며 저축했다.
그렇게 본다면 남는 소득을 저축한다는 논리는 별로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저축은 역시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 경제적 행위다.
우리 앞 세대가 먹을 것,입을 것을 포기하고 저축한 이유는 두 가지로 귀착된다.
첫째는 자녀 교육비 마련이다.
외국에는 우리처럼 자녀의 고등교육에 열정적으로 집착하거나,사교육비를 중심으로 자녀 1인당 약 1억원이 소요되는 나라는 없다.
그 덕분에 우리나라 교육보험은 세계적인 히트상품이 되었지만.
두번째 이유는 주택을 구입하기 위함이다.
주택보급률이 낮고 물가상승률이 높은 상황에서 남의 집을 전전해야 하는 무주택자의 설움과 불안 또한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주택 마련은 모든 샐러리맨의 첫번째 꿈이고,신용대출이 보편화되지 않은 우리나라의 경우 40세 전후에야 달성되는 장기과제다.
이런 두 가지 이유만으로도 우리나라 가계저축은 다른 나라보다 높아야 정상이다.
그러나 최근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저축률이 일본이나 대만에 비해 낮아졌고, 20년래 최저 수준이라고 한다.
분석에 따르면 저축률 하락의 주요인은 정부부문이나 기업부문이 아닌 가계부문에 있다고 한다.
오늘날 사상 유례없는 저금리 속에서도 기업들은 수익성 있는 사업기회 및 투자수요를 찾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저축률 저하는 기업부문에는 별 문제가 아니다.
결국 가계부문은 저축률을 낮춘 주체이면서 동시에 그 결과로 부담을 떠안는 객체다.
오늘날 고용환경 및 생활여건은 과거보다 높은 저축률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보화와 구조조정 속에서 현대의 직장인들은 조기퇴직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과거 60세 전후에 퇴직하던 것이 오늘날에는 40대로 내려왔다.
반면 의학발전과 소득증대 등으로 평균수명은 연장되면서 이제 80세까지 살아야(?) 하는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퇴직후 약 40년간 생활에 대비한 엄청난 저축을 하거나,다른 직업을 얻기 위한 자기개발이 요구되는 시대다.
공적 사회보장제도에 노후를 의탁하기에는 그 규모와 안정성이 너무나 미미하다.
또 우리나라처럼 변동성과 위험성이 큰 나라에 살자면 비상금도 많이 필요하다.
사고 및 돌발사태 발생빈도가 매우 높고,건강상실 및 재산손실위험이 세계최고 수준이다.
산업재해 및 교통사고 통계 등은 그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이렇듯 교육자금,주택구입자금,노후생활자금,비상금 마련 등을 위해 우리 국민의 저축필요성은 다른 어느 나라보다 높다.
그런데 저축률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은 나름대로 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자녀수의 감소로 교육자금수요가 줄어든 면도 있지만 영어과외 등 사교육비 부담은 대폭 증가했다.
과외비 마련을 위해 파출부를 한다는 학부모가 있을 정도다.
주택보급률이 높아졌다고 하지만,아직 무주택자수가 상당한 가운데 주택가격의 불안정은 소득 이상의 은행대출부담을 떠안는 가계행동을 합리화한다.
단축된 근로기간으로 소득형성 기회가 축소된 가운데 소극적 저축에 의존하기에는 노후가 너무 길다.
제2의 인생용 개인사업을 하기 위한 자기개발비용과 투자위험은 적지 않다.
이런 문제의 심각성은 그것이 단순히 경제문제만이 아니라 사회문제로 연결된다는 데 있다.
수십억을 벌어야(그것도 단기간에) 살만해지는 나라에서 한탕주의와 부정부패가 없어질 수 없다.
사람과 사람,사람과 조직간 신뢰가 형성되기 어렵다.
신뢰가 없는 사회는 거래비용이 높고 경제발전이 부진해진다는 점에서 사회문제는 다시 경제문제로 이어진다.
오늘은 저축의 날이다.
저축과 더불어 우리 삶에 대해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보는 날이 됐으면 한다.
hjjung@sk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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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