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철강 '빅뱅'] '生存 짝짓기' 헤쳐모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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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철강업계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공급과잉에 따른 장기 불황으로 혹독한 경험을 한만큼 합종연횡을 통한 경쟁력 강화 없이는 도저히 버텨낼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어서다.
재편은 통합 및 대형화와 전략적 제휴의 큰 틀 안에서 이뤄지고 있다.
프랑스의 유지노와 룩셈부르크의 아베드는 지난 2월 합병을 통해 세계 최대 철강업체인 아셀로로 거듭났다.
9월에는 일본의 NKK와 가와사키제철이 합병한 결과 JFE가 태어났다.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일본의 신일본제철과 스미토모금속이 전략적 제휴를 발표했다.
같은 달 미국 최대 철강업체인 US스틸은 내셔널,베들레햄,휠링피츠버그 등과의 합병 가능성을 발표했다.
거듭된 업체간 합병과 제휴는 세계 철강업계의 기존 판도를 흔들어 놓고 있다.
지난해 조강(쇳물) 생산량 기준으로 세계 1위는 한국의 포스코(2천8백만t)였다.
2위는 일본의 신일철(2천7백만t),3위는 룩셈부르크의 아베드(2천3백만t),4위는 NKK(2천만t)등의 순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아셀로(4천3백만t),JFE(3천3백만t),US스틸(2천8백만t),포스코(2천8백만t),신일철(2천7백만t)의 순으로 완전히 순위가 뒤바뀔 전망이다.
통폐합의 직.간접적인 배경은 공급과잉과 수요부진이 초래한 가격하락,수요산업과 원료산업의 통합화 추세등으로 분석된다.
이중 가장 큰 요인은 공급과잉과 가격하락.
89년 t당 4백40달러였던 열연코일 국제가격은 지난해 t당 1백90달러로 곤두박질쳤다.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철강재 수요가 부진했는데 철강재 공급이 연간 1억t 이상이나 웃도는 현상이 빚어진 탓이었다.
미국이 지난 2월 세이프가드(철강수입규제)라는 "칼날"을 철강 수출국들에게 들이대면서 감산을 요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경쟁력을 잃은 자국 철강업체들의 로비와 공급과잉에 견디다 못한 제재책이었다.
게다가 세계 자동차업계등 주요 철강 수요산업은 통합화로 철강재 부품 조달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세계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GM 포드 다임러크라이슬러 르노닛산 도요타 폭스바겐등 빅6 자동차 업체는 철강업체에 대한 교섭능력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철광석 원료탄 등 철강재 원료산업쪽에서도 대형화와 통합화로 공급가격 협상력을 강화하고 있다.
BHP CVRD 리오틴토 등 빅3 원료공급 업체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은 70%에 달한다.
반면 지난해 철강 빅5의 세계시장 생산점유율은 16%에 불과해 수요업계와 원료업계과의 협상력에 한계를 느껴왔다.
포스코경영연구소 곽강수 연구위원은 "세계 철강산업 경쟁구조가 개별 업체간 경쟁에서 통폐합을 통한 메이저 그룹간의 경쟁양상으로 치닫고 있다"며 "연구개발(R&D) 수준을 높이고 덩치가 큰 수요 산업과의 교섭력을 확보하려는 신경쟁.협력의 시대가 전개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공급이 가능하고 집중구매와 가공능력이 뛰어난 업체들을 원하는 자동차업계가 철강업계의 전략적 제휴나 통합화를 부추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철강업체들이 과거엔 제조기술 중심으로 전략적 제휴에 나섰으나 최근 들어선 자동차업계의 이런 요구로 철강재 가공기술부문등 고객요구에 부응하는 기술협력으로 바뀌고 있다는 설명이다.
유럽의 아셀로와 일본의 신일철,독일의 티센크루프와 일본의 가와사키제철은 자동차용 강판 가공기술부문에서 협력하고 있다.
미국의 US스틸과 일본의 고베제강도 자동차용 강판 가공기술부문에서 제휴하고 있다.
제휴범위 역시 자동차용 강판에서 전기강판,스테인리스스틸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티센크루프는 신일철과 전기강판 가공부문에서 기술제휴하고 있다.
곽 연구위원은 "철강시장내 요인뿐 아니라 기술력이 세계 철강업체들 사이의 네트워크 구축에 핵심적인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다"며 "통합화에 따른 효율성 증대가 통합업체들의 원가경쟁력을 향상시키는 효과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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