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공연의 유료 관객이 급감하고 있다. 공연계의 흥행 부진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예년 같으면 매진됐을 대형 공연조차 올 가을 들어서는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내고 있다. 지난 99년 첫 내한 때 거의 매진됐던 네덜란드 댄스 시어터(NDT)의 두번째 한국 공연(예술의 전당,10월16∼19일)은 70% 정도의 표를 파는 데 그쳤다. 70%의 객석점유율은 우리나라 실정에서 그런대로 괜찮은 수준이지만 내심 매진까지 기대했던 주최측으로서는 예상치 못한 상황이다. 지난 14일부터 1주일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 이스라엘 퍼포먼스 '마유마나' 역시 절반 정도의 객석만 채운 채 막을 내렸다. 지난 7월말 세종문화회관 델라구아다홀에서 장기 공연에 들어간 '델라구아다' 역시 공연 초기엔 인기를 끌었으나 최근들어 관객이 40% 가량 줄어드는 등 급격한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LG아트센터에서 지난 26일 막을 내린 뮤지컬 '포비든 플래닛'도 50∼60%의 낮은 객석 점유율을 보였다. 공연계에서는 "월드컵,아시안게임 등 굵직한 국제스포츠 행사가 이어진데다 연말 대선까지 예정돼 있어 관객들이 공연에 큰 흥미를 기울이지 않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한다. 또 '오페라의 유령'이나 '레미제라블'처럼 화제의 뮤지컬이 크게 성공을 거두면서 뮤지컬 이외의 장르에 대한 관심이 떨어진 측면도 없지 않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공연장을 찾는 관객의 숫자나 문화 비용이 한정돼 있는 상황에서 일부 완성도 높은 작품에 관객이 몰리다보니 다른 작품들은 상대적으로 객석점유율이 낮아지게 된다는 것. 최근 해외 유수 단체들의 공연이 잇따르면서 외국 공연물의 희소성이 떨어져 관객의 발길이 줄어든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러한 관객 감소가 일시적 현상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LG아트센터의 최정휘씨는 "이달초 공연됐던 연극 '오델로'의 경우 원작이 뛰어난 점도 있지만 공연기획사의 치밀한 마케팅 전략이 적중하면서 전회 매진을 기록했고 다음달 초 있을 단테의 '신곡' 3부작도 입장권이 잘 팔리고 있는 상태"라며 "작품성 높은 공연물이 많이 무대에 오르고 마케팅만 뒷받침된다면 관객들은 얼마든지 공연장을 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