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어떤 역할을 해보고 싶냐는 질문을 받으면 항상 장희빈이라고 대답했었어요. 이미숙씨가 장희빈 역을 맡았을 때 사약을 먹던 장면이 너무 인상적이었거든요. 평생 한번 올까말까한 기회가 이번에 왔어요." 오는 11월6일부터 방송하는 KBS 2TV 드라마 '장희빈(가제)'에서 장희빈 역을 맡게 된 김혜수(32). 준비하던 영화 '바람난 가족'을 포기하고 영화사와 일부 팬들의 비난을 받으면서까지 이 드라마를 고집한 이유다. "장희빈은 배우의 모든 것을 표현해볼 수 있는 정말 좋은 캐릭터입니다. 배우의 역량을 남김없이 쏟아부을 수 있는 역할이죠." 역할에 대한 남다른 애착 때문일까. 드라마 제작진은 김혜수의 프로정신에 혀를 내두를 정도라고 귀띔한다. 9시까지 오라고 하면 8시에 와있고,추운 날씨 때문에 몸살에 걸렸는데도 24시간이 넘는 촬영 강행군에 군소리 한번 안한다고 한다. 이번 드라마의 장희빈 역은 심은하 장서희 채시라 등 내노라 하는 여배우들이 물망에 오르며 오래전부터 방송가의 관심을 끌어왔다. 지난주 김혜수가 선정됐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방송가 안팎에서는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그동안 현대적이고 발랄한 이미지가 굳어져서 그런 것 같아요. 하지만 이번 장희빈은 그동안의 장희빈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단순한 요부,독부가 아닌 능동적으로 자신의 인생을 개척해나간 의지의 여인으로 그려질 거예요. 공정하지 못한 신분제도에 반발심을 갖고 있는 진보적인 면도 부각될 것이고요. 그런 면에서 전통적인 여성의 이미지를 갖고 있지 않은 제가 적격이 아닐까요."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