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삼 값을 받는 도라지를 키워 내는게 최종목표입니다." 경남 진주시 금곡면에 위치한 장생도라지의 이영춘 대표(44). 그는 지난 97년 말 가업을 물려받고나서 3시간 이상 자본 적이 없다. "시장개방시대엔 세계 일류 특화상품만 살아남게 마련인데 농업인들도 예외는 아니죠." 장생도라지는 창업자인 이성호씨(72)와 이 대표 부자가 20년동안 연구개발 끝에 만들어낸 신상품이다. 보통 3년이면 수명이 다하는 일반도라지를 '황토 옮겨심기'라는 특수관리기법을 통해 20년 이상 다년재배상품으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이 신종 도라지는 ㎏당 값이 30만원으로 일반도라지 값(평균 5만원선)의 6배에 달한다. 장생도라지는 그러나 제품개발과 품질관리에만 너무 치중하고 영업을 게을리한 탓에 외환위기 직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당시 삼성 계열사의 부장으로 잘 나가던 이영춘씨는 부친이 남긴 빚 28억원과 함께 장성도라지 회사를 물려받았다. 그는 마케팅부서를 새로 만드는 한편 연구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해 매출액의 20% 이상을 연구에 투자했다. 이 대표는 세계시장을 염두에 두고 서양사람들도 먹을 수 있도록 도라지 추출제품을 비롯해 분말환, 생식, 기능성 캔디 등 다양한 제품을 개발했다. 참존과의 제휴로 장생도라지를 이용한 한방미용품도 시판중이다. 바이오신소재인 도라지 추물물을 이용한 의약품 개발은 기관과 병원에서 임상실험을 활발히 하고 있다. 장생도라지가 혈액순환과 항암, 당뇨병 등에 효과가 높은 치료용식품이라는 소문이 나면서 고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 결과 기술력을 인정받아 우수벤처기업과 INNO-BIZ 기업 등으로 선정됐다. 이 사장은 지식경영에도 주력했다. 재래식 영농의 타성을 탈피, 표준화된 공정체계를 구축하고 ISO9001 국제품질인증도 획득했다. 효율적인 판매전략도 마련했다. 우선 국내에 25개 영업점을 설치, 대형백화점에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24시간 제품배송체제와 상담원의 실시간 답변체제를 구축, 전자상거래도 본격 나섰다. 일본과 미국 등에도 8개의 영업점을 구축했다. 이런 전략이 효과를 보면서 부도를 맞을 당시 10억원에 불과하던 장생도라지 연간 매출은 지난해 33억원으로 급증했다. 올해 매출은 45억원을 넘을 전망이다. 진주=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