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3천억대 금융사기] 벤처관련 영업 급속 위축될듯 ..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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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2년 정부가 '8.3 조치'를 통해 사채시장 양성화에 나선 이후에도 은행 등 금융사와 사채업자가 공모한 금융사고는 끊임없이 발생했다.
그 파장은 금융 증권시장은 물론 기업의 경영활동에 직접 영향을 미쳤다.
이번에 적발된 사상 최대규모의 '주식납입금 사기사건'도 국내 금융시장에 적지 않은 파장을 안겨줄 전망이다.
사채시장의 위축이 불가피해 벤처기업의 M&A(인수합병), 어음할인 등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최근 분위기가 좋아지고 있는 증시에도 직격탄을 던져줄 가능성이 높다.
◆ 증권 금융시장 파장
증권업계는 이번 사건이 증시의 신뢰성을 떨어뜨려 주가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개미'(개인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당장 주가가 조정국면을 보인 30일 오후 이 사건이 알려지면서 외국인의 현.선물에 걸친 대규모 매도세가 나왔다는데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SK증권 이충식 상무는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감으로 증시가 조정을 받는 와중에서 대규모 작전세력이 적발되자 외국인이 매도공세를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상무는 "각종 작전과 대주주의 불공정거래 등으로 신뢰성과 투명성을 의심받고 있는 코스닥시장에 대한 불신을 더 키우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대우증권 홍성국 투자분석부장은 "코스닥기업에 대한 신뢰성과 도덕성이 또 다시 문제가 되고 있다"면서 "단기간에 형성된 버블(거품)이 꺼지는 과정에서 일부 코스닥기업 대주주의 도덕불감증이 투자심리를 악화시킬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교보증권 임송학 투자정보팀장은 "미국 소비자신뢰지수 악화로 시장이 잔뜩 겁을 집어먹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사건이 투자분위기를 냉각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증권업협회 김명기 상무는 "올들어 한달에 한번꼴로 작전세력이 적발되는 등 코스닥시장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면서 지수가 50포인트 밑으로 떨어졌다"면서 "대주주의 불공정거래와 주식 위장분산을 막기 위해 많은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지만 근본적으로 기업이 철저한 도덕성을 갖추지 않으면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 위축이 불가피한 사채시장
서울 명동 사채시장에서는 지난 90년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하루 평균 17조∼19조원이 움직였지만 외환위기 이후 전주(錢主)들이 투자를 꺼려 유통 자금규모가 급감했다.
외환위기 이전 5백∼6백곳에 달했던 사채사무실도 1백여곳으로 줄어든 상태.
명동에서 12년째 사채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최근들어 일반기업의 어음융통이 줄면서 대부분의 업자들은 창업 및 운영자금이 부족한 벤처사업가와 전주를 연계시켜 주는 중개업무나 벤처기업의 M&A, 어음할인 업무 등에 주력하고 있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벤처기업과 관련된 사채영업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건호.최철규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