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술이 경쟁력이다] 1등 기술이 最强경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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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경제의 좌절은 '잃어버린 10년'으로 끝날 것인가.
전세계의 수많은 경제 전문가들이 지난 90년대 초반 이후 깊은 불황의 터널에 갇혀 있는 일본 경제를 놓고 던지는 화두다.
그러나 이제 질문을 바꿔 보자.
'일본 경제는 10년 불황에 허덕이면서도 왜 아직 굳건히 버텨내고 있는가?'
'세계 각국이 과연 일본 경제의 경쟁력을 무시해도 좋은가?'
이에 대한 답은 분명하다.
한때 미국을 위협할 만큼 세계 최강의 경제를 일궜던 일본의 저력은 기술경쟁력에서 나왔고, 지금 침몰하는 일본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것 역시 기술경쟁력이다.
일본 경제가 흔들린다고 도요타자동차나 소니의 경쟁력까지 흔들리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지적이다.
굳이 일본의 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국가 경제를 떠받치는 원동력은 무엇보다 기술경쟁력이다.
날로 진전되는 경제의 글로벌화로 인해 세계시장이 하나로 묶이면서 '1등 상품' '1등 기술'이 아니면 생존 자체가 어려운 시대다.
올 초부터 시작된 '도하개발아젠다, 일명 뉴라운드(DDA) 협상'과 최근 타결된 칠레와의 첫 자유무역협정(FTA)은 '세계시장이 하나로 통합된다'는 명제를 더욱 공고히 하는 증거들이다.
앞으로 세계시장은 더욱 문이 열려 조만간 '내수시장'이나 '내수산업'이란 용어가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한국 기업들이 서둘러 기술경쟁력 확보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기업 혼자 어렵다면 정부가 적극 나서 도와야 하고 대학 역시 협조해야 한다.
하나가 되고 있는 세계 경제의 틈바구니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다른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의 종합적인 기술경쟁력은 아직도 턱없이 모자란다.
일본에 크게 못미치는 가운데 중국은 턱 밑까지 치고 올라왔다.
그동안 정부와 기업을 중심으로 꾸준히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려 왔지만 양적인 투자증대가 곧바로 질적인 기술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지지 못한게 국내 현실이다.
산업자원부와 산업연구원(KIET)이 5천여 국내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의 제조업 기술수준이 세계 최고와 비교할 때 8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10대 제조업종별로 전자(84.6%) 반도체(83.2%) 전기기계(81.6%) 섬유의류(81.4%) 화학(81.1%) 정밀기기(81%) 등이 평균을 웃돈 반면 수출 주력산업인 자동차(75.4%) 조선(79.8%) 등은 평균에 못미쳤다.
반면 중국과의 기술격차는 업종별로 별다른 편차없이 4~5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 현장에서 우리가 자랑하는 자동차 전자 반도체 조선의 현재 기술경쟁력을 중국이 불과 5년 후면 따라 잡을 것으로 기업들 자신이 내다보고 있다는 얘기다.
앞서 산업자원부가 발간한 '2000년 산업자원백서'에서도 한국의 산업기술력 수준이 그대로 드러난다.
이 백서는 미국의 산업기술력 수준을 100으로 잡았을 때 일본은 70.19, 독일은 46.30, 한국은 6.55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우리의 기술경쟁력이 미국의 20분의 1, 일본의 11분의 1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김동철 기술표준원장은 "기술경쟁력을 높이려면 개발된 기술을 성공적으로 사업화시킬 수 있어야 하는데 그동안 애써 개발해 놓고도 사장시킨 사례가 많다"고 꼬집었다.
김 원장은 "정부는 새로 개발된 기술이 성공적으로 사업화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드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업이 어렵사리 새로 개발한 기술이나 제품의 성능과 효용성 등을 평가, 인증서를 발급하는 신기술인증(NT) 우수품질인증(EM) 마크와 신뢰성평가제도 등 기술 개발의 선순환 메커니즘을 다지는데 산업지원 정책의 초점을 맞추겠다는 다짐이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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