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신상품개발팀은 작년 12월 소득과 나이,직종별로 다양하게 뽑은 서울지역 주부 24명을 만났다. 자녀들을 위한 금융상품을 기획하기 위해서였다. 기존 상품에 대한 주부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어린아이 명의로 적금을 들었는데 예상치 못한 사고로 치료비가 필요해 통장을 깬 적이 있어요." "교육보험을 들었는데 피아노나 어학교재 구입자금 때문에 중도에 해약하니 원금밖에 안주더군요." 이런 소비자들의 욕구를 기초로 상품 초안이 만들어졌다. 자녀들의 성장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소아암과 유괴, 납치 등 각종 위험을 무료보험으로 보장해 주고 저축기간중에도 교육 용도의 자금을 수시로 빼 쓸수 있는 적금이 개발됐다. 상품의 작명 문제는 예상외로 쉽게 풀렸다. 마케팅담당인 김영일 부행장이 '캥거루 통장'이라는 이름을 내놓았다. "아이들에게 친근한 동물이면서 모성보호의 이미지도 담고 있다"는게 착안점이었다. 이렇게 탄생한 캥거루 통장은 국민은행이 합병후 사실상 처음으로 내놓는 야심적 신상품이었다. 상품개발과 마케팅에 들인 이런 노력 덕분에 캥거루 통장은 시판 8개월여만에 가입고객 60만5천1백19명, 예금 3천5백35억원으로 올 은행권의 대표적인 히트 상품이 됐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