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의 패션축제인 "제 25회 2003 봄.여름 SFAA 서울컬렉션"이 한국경제신문 후원으로 31일 코엑스에서 막을 올렸다. 서울패션아티스트협의회(SFAA) 주최로 오는 3일까지 열리는 이번 컬렉션에는 진태옥 박항치 이규례 김태각 등 SFAA 회원 준회원 및 신진 디자이너 21명이 내년 봄.여름에 유행할 패션을 선보인다. 첫날엔 이상봉 김삼숙 오은환 손정완 장광효 등 5명의 디자이너가 나섰다. 이들은 내년에는 80년대의 "모던 글래머룩"이 주된 테마로 부상하면서 편안하면서도 여성미가 물씬 풍기는 옷들이 유행할 것임을 보여줬다. 또 실루엣은 여유로워진 대신 가슴 배 등과 다리를 아낌없이 드러내는 과감한 노출이 주된 경향으로 떠오를 것임을 시사했다. 첫날 첫 무대는 실험적인 의상을 선보여온 이상봉씨가 열었다. 퍼포먼스를 곁들인 테이프커팅으로 열린 쇼는 내년 한층 과감해질 여성들의 패션을 예감하게 했다. 허리 언저리까지 등을 드러내는 것은 기본. 브래지어 크기의 톱이나 턱받이 형태로 가슴만 살짝 가리는 블라우스,가슴이 고스란히 들여다 보이는 시스루 상의가 대거 등장했다. 힙 아래 둔덕까지 드러낸 초미니 팬츠,아슬아슬하게 엉덩이를 덮는 스커트도 몸의 아름다움을 한껏 부각시켰다. 하늘거리는 소재로 만든 블라우스 형태의 남성 남방도 눈길을 끌었다. 스커트는 하나같이 자연스러운 커팅이 특징이었다. 치마단을 일자로 단정히 마무리한 옷은 찾아볼 수 없이 모조리 좌우가 비대칭이거나 손으로 찢어낸듯 비쭉비쭉한 모습. 색상은 베이지 라임 레몬 등 연하고 부드러운 계열이 주조. 레드도 강렬함을 더했다. 레몬 컬러 스타킹이나 끈으로 다리를 감아올리는 섹시한 샌들도 선보였다. 바통을 이은 김삼숙씨는 '태양은 가득히'라는 주제로 여유로운 실루엣과 편안함이 돋보이는 의상들을 선보였다. 실크나 리넨 면 등 천연소재로 몸을 휘감을 정도로 넉넉한 사이즈가 많았다. 베이지 아이보리 연회색 같은 단색을 주조로 레드와인 등의 강렬한 색상들이 포인트 색상으로 쓰였다. 김씨는 "지중해 해안에서 강렬한 햇살을 쬐며 휴식하는 분위기를 풀어냈다"고 설명한다. 이어 무대를 마련한 오은환씨는 "유럽의 이방인 집시에서 이미지를 얻었다"고 말한다. 특유의 독특한 컬러 배합에 이질적인 소재를 다양하게 매치시켜 자유로운 히피정신을 표현했다. 손정완씨는 특유의 여성스럽고 사랑스러운 분위기로 무대를 채웠다. 화이트 라임 같은 파스텔 색상을 주조로 귀여운 소녀풍을 연출했다. 하늘거리는 시폰이나 부드럽게 몸을 타고 흐르는 실크 저지로 연출한 시스루룩은 소녀 같으면서도 성숙한 느낌을 더했다. 목선이나 소매단의 풍성한 러플(주름장식)도 눈길을 끌었다. 남성복 디자이너 장광효씨는 '나르시시즘과 인간'이라는 주제로 60여벌의 의상을 선보였다. 군더더기 없는 라인이 단순한 멋을 강조했다. 브라운베이지 스노화이트 등 눈부신 햇빛 아래 아득해진 컬러를 주로 썼다. SFAA 사무국 심민지 사무장은 "내년 봄 여름에는 대체로 밝고 투명한 컬러와 얇고 부드러운 천연소재,무릎 위로 올라가는 미니스커트 등이 유쾌하고 경쾌한 분위기를 주도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글=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