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벤처기업의 자금난이 심화되고 있다. 정보기술(IT) 경기 부진과 함께 적자 기업이 급증하고 있고 '장부상 흑자 부도'도 속출하고 있다. 특히 IT 벤처기업의 인적 네트워크(인맥) 경영이 동반 부실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코스닥 기업들은 현금 전환이 가능한 자산을 대거 팔아치우는 등 유동성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1999년과 2000년 초 코스닥 시장에 등록,공모자금이 바닥난 중소기업의 상당수가 올해 말과 내년 초 대거 자금난에 휘말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자금확보 비상=자금난이 가시화되면서 코스닥 기업들이 비상 자금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코스닥증권시장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 28일 현재까지 등록기업들이 다른 회사에 순수하게 출자한 돈은 2천8백62억원으로 작년동기(1조1천90억원) 대비 74.2%나 줄었다. 타법인 출자액은 61.0% 감소한 데 반해 출자지분 처분액은 41.8%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는 "IT경기 부진에도 명확한 수익모델을 갖추지 못한 기업의 공모자금이 고갈되고 있기 때문"(코스닥위원회 김병재 팀장)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2000년 15%(72개사)에 불과하던 코스닥 적자기업 수는 지난해 28%(1백93개),올 상반기 34%(2백55개)로 증가했다. 특히 올 상반기 벤처기업 중 41%가 적자를 냈다. ◆'대주주 문제'와 '매출 늘리기'가 화근=지난달 29일 소프트윈의 최종부도에 이어 30일엔 에이콘이 1차 부도를 냈다. 이들 두회사 부도의 특징은 모두 '흑자 부도'라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무리한 매출 확대와 이에 따른 부실 매출이 크게 늘어난 게 가장 원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 소프트윈의 경우 상반기 매출이 5백11억원으로 작년 상반기에 비해 1백70% 이상 증가했으나 이중 돈을 받지 못한 매출채권이 74%에 달하고 있다. 에이콘도 5백5억원의 매출 중 3백25억원이 매출채권이다. 특히 이들은 대주주들의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매출구조가 서로 연결돼 있는 점이 IT불황기에 결정적인 문제점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18일 부도를 낸 장외기업 한국알에프로직에 대해 소프트윈은 75억원의 매출채권을 갖고 있었으며 에이콘은 소프트윈과 매출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다. 심스밸리 등 부도를 낸 더 많은 기업들은 대주주들의 도덕적 해이가 치명적인 문제가 됐다. 심스밸리는 10월 초 공시 당시 현금성 자산이 1백3억원 있다고 밝혔지만 지난달 16일 단 2억4천만원의 어음을 막지 못해 부도를 냈다. 증권 전문가들은 "먼저 제3자 배정 등을 통해 대주주가 바뀌었거나 비정상적으로 매출이 급증했으나 수익성이 떨어지는 기업에 대해서는 매출채권,대주주 대여금,변경된 대주주의 배경 등을 반드시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