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넷마블은 테헤란밸리 뒷골목의 허름한 빌딩 2층 한 쪽을 사용하고 있었다. '봉제공장' 같은 허름한 빌딩에서 30여명의 직원이 일하던 넷마블은 당시 재정 압박으로 툭하면 급전을 구하러 다녀야 했다. 그러나 방준혁 사장(34)은 "현재는 수익모델이 없어서 어쩔 수 없지만 내년에는 반드시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호기를 부렸다. 1년이 지난 현재 그의 호기는 현실이 돼가고 있다. 올들어 넷마블이 보여주고 있는 실적은 가히 '경이적'이다. 지난 4월부터 본격적으로 유료화에 들어간 이 회사는 9월 말까지 1백62억원의 매출과 94억원의 순이익을 올리고 있다. 국내 게임업계중 가장 높은 수익률이다. 연말까지 매출 2백50억원과 순익 1백30억원을 내다보고 있다. 그 사이 직원도 90명으로 늘어 지난달 잠실벌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삼성동 공항타워로 이전, 게임업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 온라인게임 배급의 최강자 지난 3월 국내 최초로 온라인게임 배급사업이라는 새로운 수익모델을 선보였다. 테트리스 포커 등으로 확보한 1천5백50만명의 회원들에게 게임개발사의 정통 온라인게임을 서비스해 수익을 내는 사업모델이다. 개발사인 나코인터랙티브가 자체적으로 서비스할 당시 동시접속자가 2천명에 불과하던 '라그하임'은 넷마블에서 한 달 만에 2만8천명으로 늘렸다. 이후 배급을 맡은 '노바1492' '제로' 등도 속속 유료화에 성공을 거두고 있다. ◆ 강력한 리더십과 당근정책 초고속 성장의 뒤에는 방 사장의 독특한 리더십이 자리하고 있다. 넷마블에서는 게임회사의 고질적 폐해인 개발자와 마케터 출신 사장간의 갈등을 찾아볼 수 없다. 회사에 들어서는 순간 눈에 띄는 '절대정숙' '업무집중' 등의 문구는 그의 경영스타일을 고스란히 말해 준다. "저희처럼 열악한 환경에서 출발한 회사는 도전정신이 가장 큰 경쟁력입니다. 헌데 요즘 젊은 친구들은 해보지도 않고 안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가 직원들을 강력하게 통제한 이유다. 강력한 통제 못지않게 인센티브에도 과감하다. 지난 여름에는 직원들에게 일괄적으로 1백만원의 휴가비와 액면가의 스톡옵션을 지급했으며 연말에는 경영 성과금 30억원을 전 임직원들에게 고르게 나눠줄 계획이다. ◆ 플레너스와의 합병이 초미의 관심 넷마블의 최대주주는 51%의 지분을 갖고 있는 플레너스다. 양사는 지난해 12월 플레너스가 51억원에 넷마블의 지분 51%를 넘겨받고 방 사장에게 플레너스 주식 60만주를 제공하는 주식 스와핑을 했다. 방 사장은 연말이면 플레너스주식 60만주(4%)를 확보, 순식간에 5대 주주가 된다. 게다가 내년 초 넷마블과 플레너스가 합병할 경우 넷마블의 2대 주주인 방 사장이 플레너스의 최대주주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올해 결산 후 양사의 합병여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