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공시제 시행 첫날인 1일 상장.등록기업의 주요 경영정보가 공시를 통해 쏟아졌다. 이전 같으면 IR자료,보도자료 형식으로 배포되었을 자료들이 공시를 통해 바로시장에 알려지게 된 것이다. 그러나 공정공시 내용이 실적자료에 국한됐고 정보제공자,대상자가 없어 실질적으로는 자진공시임에도 불구하고 공정공시 꼬리표를 다는 '보험성 공정공시'도 눈에띄었다. 또 주요 경영자료의 첨부파일을 제때 확인할 수 없는데다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에는 공정공시 내용이 서비스되지 않는 등 운용상의 미흡함도 발견됐다. ◆공정공시 위력 실감 상장.등록사들은 해외IR자료, 보도자료 등 일부 투자자나 언론 등에만 배포하던자료를 공정공시를 통해 시장에 공개했다. LG석유화학과 한국전력은 해외IR를 통해 기관투자가들에 공개할 자료를 미리 공정공시를 이용해 시장에 알렸다. 또 신도리코도 증권사의 기업탐방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던 3분기 실적자료를 공시했고 하나투어도 내부 월례회의에서 발표될 10월 손익현황을 공개했다. 현대차.기아차도 언론배포에 앞서 10월 실적을 공정공시하는 등 신중한 모습을보였다. 즉 공정공시제 이전에는 회사직원,증권사 애널리스트,기관투자가,언론만이 한정적으로 접할 수 있던 정보가 공정공시 시행으로 시장에 즉각 알려지게 됐다. 한국전력 관계자는 "미국 뉴욕에서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컨퍼런스를 개최하게된다"며 "여기서 공개되는 자료를 미리 알리게 됐고 앞으로도 이같은 방침을 유지할계획"이라고 말했다. 윤권택 코스닥 공시서비스팀장은 "예전에는 보도자료 등으로 언론이나 투자자들에게 보내던 소식을 이제 공시를 통해 먼저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윤 팀장은 "공정공시 제도상 경영관련 내용을 누군가에게 먼저 제공한 뒤 바로공시해도 무관하지만 아예 속편히 먼저 공시를 해버리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정보량 늘었지만 실적자료에 집중 증권거래소와 코스닥 증권시장은 또 공정공시제 시행으로 공시건수는 평소보다배이상 증가했지만 실적자료에 집중되는 모습이었다고 밝혔다. 또 공정공시에는 회사사업계획이나 전망치 등이 많은 만큼 투자자들은 해당회사가 제시한 첨부자료를 확인, 내용이 타당한지를 꼼꼼히 분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정조 상장공시1팀장은 "공시건수가 평소에 비해 배로 늘어나는 등 정보량이증가했다"며 "다만 공시내용은 장래사업계획, 손익구조전망, 실적잠정치에 국한됐다"고 말했다. 양 팀장은 "기업들의 공개발표회에서 나올 자료나 투자자들의 관심도 실적과 사업전망에 집중될 것"이라며 "공정공시 내용도 크게 이 틀을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닥 증권시장은 기타주요경영사항에 대한 공시가 대폭 줄고 공정공시로 전환되는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또 수시공시 의무사항과 공정공시가 겹칠 경우 수시공시를 하게 돼있어 수시공시 건수에는 크게 변화가 없었지만 대상공시내용이 확대됨에 따라 전체 공시건수는다소 늘어났다고 말했다. ◆'보험성 공정공시'도 속출 공정공시 시행 첫날인 만큼 상장.등록기업들의 '보험성 공정공시'도 속출했다. 11월 이전에 이미 발표한 사안이라도 혹시 모를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 공정공시를 통해 다시 시장에 알리는 기업들이 많았다. 심지어 상장업체인 덕성은 정보제공자나 대상자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공정공시꼬리표를 달아 3분기 실적을 공개하기도 했다. 덕성 관계자는 "자진공시가 적합한 사안이지만 공정공시제 위반시 벌칙이 강한만큼 일단 공정공시 형태를 취했다"고 말했다. 증권거래소 관계자는 "공정공시 대상을 아직 숙지하지 못한 기업이 많다"며 "시간이 지나면 이런 현상은 사라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또 공정공시 운용상에서도 미숙한 점이 드러났다. 한국전력은 구조개편 효과와 발전자회사 매각안을 첨부파일로 정리해 따로 올렸지만 거래소의 공정공시 시스템이 완비되지 않아 투자자들이 제때 이를 확인하지 못하는 결점이 발견됐다. 또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서는 공정공시내용을 당분간 확인할 수없을 전망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거래소의 시스템 미비로 공정공시 내용이 서비스되려면대략 2주정도 걸릴 전망"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당분간 투자자들은 증권거래소와 코스닥증권시장 홈페이지에 접속해 공정공시 내용을 따로 확인해야 한다. (서울=연합뉴스) 정윤섭기자 jamin7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