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무기력증(症)에 빠졌다. 주도주 주도세력 모멘텀(계기)이 사라지면서 주가가 시름시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11월 첫 장을 연 1일 종합주가지수는 초반 약세를 탈피하지 못하고 갈수록 낙폭이 깊어지는 모습이었다. 그동안 주도주 역할을 하면서 주가지수 반등을 견인해온 삼성전자 주가는 D램가격 상승이란 호재에도 불구하고 약세로 기울었다. 합병, 낙폭과대, 거래대금 증가 등을 재료 삼아 반등세를 보였던 은행 증권주도 힘이 부치는 모습이었다. 후속 매기가 약해진 상황에서 차익매물이 나왔기 때문이다. 장득수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종합주가지수가 바닥권에서 10∼20% 오른데다 최근 잇따라 나오고 있는 경기지표 악화와 미국증시의 불투명으로 차익을 실현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최근 약세장의 배경을 설명했다. '지금 당장 주식을 사겠다'는 매수주체가 자취를 감추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받아들일 수 있다. 국내 기관은 종합주가지수 670을 넘어서자 조금씩 팔고 있다. 서서히 고개를 들던 낙관론자들도 꼬리를 내리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는 뚜렷한 방향 없이 매수.매도를 반복하고 있다. 개인들은 다시 매수쪽에 가담하고 있지만 '저가성 매수'여서 주가 방향을 돌려 놓을 만큼 위력적이지 못하다. 이처럼 투자주체 모두가 관망세로 일관, 이날 거래소시장의 거래대금은 1조7천억원대로 지난 10월5일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무기력 장세에 돌파구를 던져줄 모멘텀을 찾기도 쉽지 않다. 굵직굵직한 기업실적 및 경제지표 발표가 일단락됐다. 반면 금융권의 가계대출 연체율 증가, 국내외 경기악화 우려, 이라크전쟁 발발여부 등 증시주변 여건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주가는 불확실성 속에서 잘 오르지 못한다'는 투자격언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다가오고 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