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투자자들에게 기업정보의 공평한 제공을 목적으로 하는 공정공시제가 어제 처음 실시됐다. 이전 같으면 기업설명회를 통해 기관투자가나 외국인투자자 등 이른바 큰손들에게만 전달됐을 만한 3분기 영업실적이나 향후 실적전망, 신제품 개발정보 등을 상당수 기업들이 신속하고 자세하게 시장에 공시한 것은 공정공시제가 가져온 새로운 변화이자 긍정적인 효과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애널리스트의 기업 탐방이 사실상 중단됐고 투자자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함량미달의 공시가 적지 않은 등 문제점의 일단도 드러냈다. 특정인에게 기업정보를 제공했을 경우 바로 공시해야 하고 이를 한해에 여섯번 어겼을 경우 상장이나 등록폐지까지 감수해야 하는 제재를 우려한 기업들이 정보제공을 기피하는 움직임을 보일지 모른다는 우려가 현실화됐다고도 볼 수 있다. 반드시 공시해야 할 경우가 어떤 경우인지 보다 분명하고 자세하게 예시하는 등 보완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가급적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는 공시기피증이 만연하지 않도록 하려면 근본적으로 의무공시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법과 규정으로 정한 것에 대해서만 공시의무를 지도록 하는 현행 열거주의 대신에 공시대상을 포괄적으로 예시하고 이를 지키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 보편화된 제도이기도 하고, 정보의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로 불공정 거래를 차단한다는 공시정책의 근본취지에 부합하는 것이기도 하다. 기업들도 이번 기회에 공시에 대한 인식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상장.등록기업중 공시전담 조직을 두고 있는 곳이 22%에 불과할 정도로 공시에 대한 인식이 낮은 것은 분명 문제다.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얻고 주가를 제대로 평가받는 방법은 투명한 기업공시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기업의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