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 아프리카 최대의 원주민 부족으로 알려져 있는 줄루(Zulu)족. 이들의 강성함이 절정에 달했을 때는 17세기 후반 등장한 족장,"샤카(Shaka)"의 통치가 시작되면서부터였다. 막강한 전투력을 바탕으로 주변의 여러 부족들을 점령해 갔던 아프리카 최고의 군주. 하지만 네덜란드와 영국 등 유럽 열강들의 남아프리카 진출이 시작되면서 줄루족은 위기를 맞게 된다. 총을 상대로 한 활과 창의 싸움. 당시 1천만이 넘던 줄루족은 유럽의 지배가 시작되면서 감소해,지금은 2백만에 불과하다. 하지만"샤카"와"줄루"의 이름은 서방세계에 알려지게 되었고 후일 TV 연속극으로 만들어질 정도로 유명해졌다. 점점 그 수가 줄어드는 줄루족을 보존하고,그들의 오랜 삶을 재현해 이방인들에게 알리기 위해 만든 것이 "샤카랜드." 우리네 민속촌과 비슷한 개념인 셈이다. 국내에도 방영된 바가 있던 TV 연속극"샤카줄루"의 촬영장이기도 하다. 숲을 따라 깊은 산 속으로 한참을 들어간 곳에 자리한 샤카랜드. 번듯한 옷을 차려입은 여행자들과는 달리 중요한 신체부위만을 걸친 원주민들이 창을 치켜들며 사람들을 맞이한다. 주변의 건물도 나무와 짚을 엮어 이글루 형태로 만든 전통 가옥들. 그저 보여주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닌,줄루 원주민들은 실제로 이 곳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마을의 구조도 옛 부락의 것을 고스란히 따르고 있다. 소의 머리뼈를 꽂은 높다란 문을 지나면 본격적인 줄루족의 일상 체험이 시작된다. 어떤 이는 짐승의 가죽으로 방패나 신발,옷을 만드는가 하면 한 아낙네는 열심히 짚으로 카페트를 짠다. 가만히 살펴보면 틀이나 방식이 우리의 화문석을 만들 때와 무척 닮아 있다. 결혼을 하지 않은 처녀들은 상반신을 드러내 놓던 풍습을 여전히 지키고 있어 여행객들을 당혹케 하기도 한다. 마을 의원의 집에서는 주술사와 함께 아픈 이를 치료하던 옛 모습을 지켜 볼 수 있다. 먼저 주술사가 아픈 이의 생각을 읽고 의사가 약초로 처방하는 독특한 방식.빙 둘러앉은 이방인들에게 주술사는 약초를 태우며 연기를 쐬게 한다. 신성한 땅에 들어 온 이들에게 혹시 있을지 모를 악귀를 물리치는 전통 의식이다. 마을을 방문하는 이들이 반드시 거쳐야 하는 또 하나의 통과 의례는"줄루비어"마시기. 조와 수수를 발효시켜 만든 전통 술인데 새하얀 거품이 풍부하게 일어나 붙여진 이름이다. 여인들이 정성껏 짜낸 맥주를 족장이 먼저 한 모금을 마신 뒤 같은 잔에 남은 것을 손님들이 돌려 마시는 식. 도시에서 온 손님들은 조금 당황해 하면서도 기꺼이 이들의 풍습에 따르기 위해 잔을 받아 마신다. 샤카랜드의 특징은 그저 휘휘 둘러보고 떠나는 것이 아닌,숙식을 함께 체험한다는 데 있다. 호텔 역시 줄루 전통 가옥을 본 딴 형태. 비록 침대와 다양한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지만 최대한"줄루스러운"맛을 살려내고 있다. 아침이면 숙소 문 앞에서 울어대는,부족에서 키우는 염소들이 자명종을 대신한다. 해가 떨어지고 저녁식사가 끝나면 전통 춤 공연이 이어진다. 화려한 깃털과 털로 치장한 전사들의 힘있는 군무,태권도의 발차기를 연상시키는 독특한 춤사위가 이어지고 천지를 진동할 듯 요란한 북소리가 흥을 돋운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많은 지역들이 오랜 유럽의 지배 탓에 서구화되었다. 덜 세련되었지만 야생과 자연이 어울린 정취는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것이 현실. 하지만 적어도 이 곳 샤카랜드에서만큼은 아프리카 원주민들의 지난 삶이 손에 잡힐 듯 생생하다. 줄루인들과 함께 먹고 마시고,춤을 추는,그리고 그들의 땅에서 하루를 묵어 가는 동안. 샤카랜드 가는 길: 샤카랜드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북동부에 위치하고 있다. 일단 남아공 제2의 도시 더번(Durban)까지는 국내선 항공편을 이용하고,여기에서 샤카랜드까지는 차량으로 약 3시간 정도 소요. 글=남기환(객원기자) / 취재협조=남아공 대사관 (02-792-48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