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근처에는 별미집이 많다. 그러나 골프장 밖에서 괜찮은 맛집을 찾기가 번거로운 탓에 대부분의 골퍼는 클럽하우스 식당에서 식사를 하게 된다. 골프장측으로서는 손님을 외부식당에 뺏긴다는 측면에서 그리 달가워하지는 않겠지만 뭔가 색다른 맛을 경험하고픈 골퍼들을 어찌 말리겠는가. 평소 먹기 힘든 특별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과 부담없이 즐길만한 곳,두 곳을 추천한다. 산수정=맑디 맑은 강물에 향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 경기도 여주 이포CC 입구에 위치한 쏘가리회.매운탕 전문점 "산수정"에 가면 그 향을 느낄수 있다. 1급수 맑은 물에서만 산다는 쏘가리는 씹히는 맛이 일품인 민물회다. 들기름을 넣은 된장에 회를 살짝 찍어 넣으면 고소한 향이 입안 가득 퍼진다. 다음엔 하얗고 투명한 살이 입안에서 통통 튀기 시작한다. 너무 싱싱해 과육을 씹듯 아삭한 느낌까지 들 정도이다. 삼킨 후에는 맑은 물내음이 코끝으로 음미된다. 귀한 어종이어서 그런지 가격은 만만치 않다. 두명이 1kg은 먹어야 싸움이 안날텐데 이 정도면 가격이 11만원이다. 2O년째 매운탕을 전문으로 해온 식당답게 매운탕 맛도 예술이다. 그저 맵기만한 요즘의 매운탕과는 차원이 다르다. 입안 가득 쏘가리의 담백한 맛과 칼칼한 국물맛이 퍼진다. 민물새우와 깔끔한 고춧가루가 어울려 더 이상의 시원함은 없을듯하다. 2~3인분에 5만원. 뜨거운 매운탕을 먹고 나면 갓지은 기름진 이천쌀밥이 곁들여진다. 밥과 탕만으로 행복한 경지,이쯤되면 열가지 반찬이 필요없다. *(031)884-7174. 춘풍령=판교IC를 통과해 남서울 CC가는 길목에 위치해 있다. 30여년전 쓰던 검은 다이얼 전화기가 있는걸 보면 최소한 이보다는 더 되었음직한 허름한 가옥이다. 오래되고 꾸밈없는 맛으로 이미 미식가들에겐 유명하다. 특히 김이 모락모락나는 뜨거운 훈제족발이 별미다. 따뜻하면서도 쫄깃쫄깃하기란 쉽지 않을텐데 특별한 조리법이 있다. 참나무 훈제로 좋지 않은 고기 냄새와 지방을 쏙뺀후 급속 냉동해두었다가 손님이 주문하면 금새 쪄낸다. 껍데기가 붙어있는 부위만을 쓰기에 쫄깃함과 고소함이 더한다. 메밀냉면의 맛 역시 독보적이다. 시중의 메밀냉면이라면 메밀함량이 많아야 30%정도이지만 이곳은 15년째 75%를 고수하고 있다. 그 때문에 이북출신 실향민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육수는 양지머리 고운 물과 새콤한 동치미 국물을 배합했다. 메밀의 구수한 향과 깔끔한 육수가 어우러져 개운하다. 춘풍령 맛에는 몇가지 비결이 있는 듯하다. 첫째는 주인과 주방장만이 볼 수 있는 비밀조리보감이고 둘째는 칠순을 훌쩍 넘긴 고집스런 주인이다. 주인은 새벽 5시부터 그날 쓸 콩을 쑤고,조미료를 전혀 쓰지 않으며 배추 한포기까지도 직접 고른다. 메밀전병,녹두부침,콩비지등에도 재료의 순수한 맛이 그대로 배어나온다. 더욱 좋은 것은,한상 가득차려도 주머니에 별 부담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네명이서 "배터질" 정도로 먹어도 훈제족발은 2만8천원이고 두명이서 나눠먹어도 좋을 냉면은 5천원이다. *(031)719-0978~9 고영분 골프스카이닷컴 편집장moon@golfsk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