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과천 김과장 .. 조환익 <한국산업기술재단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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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cho@kotef.or.kr
과천 어느 경제부처의 중견과장인 김모씨는 요즈음 여느 때보다 몸만 바쁘지 되는 일도 없고,마음은 무겁다.
이미 40대 중반을 향한 나이로 옛날 같으면 국장도 됐고 어쩌면 더 올라갔을지도 모르지만 이제는 위로 2∼3계급 차이도 나이가 비슷하니까 언제 승진이 될지 기약을 못한다.
정부가 바뀌면 흔히 고위직의 물갈이를 점친다니까 그때 혹시나 하는 기대감도 가져보다가,어쩌면 부처 통·폐합이 되면 이 자리나 보존할까 하는 걱정도 앞선다.
여러 다른 부처의 이런저런 일에 걸리지 않는 법이 없는 감초 같은 산업담당 부처라는 속성 때문에 여기저기서 부르는 회의에 참석하는 데만도 하루 해가 간다.
그런데 최근 회의가 여느 때보다 부쩍 많아졌다.
정부 말기인데 웬만하면 주요 현안은 다음으로 미뤄 줬으면 하는 생각도 가끔 들기는 하지만,그래도 이럴 때일수록 경제관료들이 중심을 지켜줘야지 하는 생각에 열심히 발품을 판다.
그런데 도대체 어느 회의를 가더라도 결론이 잘 나지 않는다.
과거에는 회의석상에서 의견이 엇갈리면 언성을 높이다가도 따로 만나 협상을 한다든지 윗선 협의 또는 조정을 담당하는 기관이 나서 결론이 났었다.
이제는 크게 중요치 않은 회의라도 여기에서 밀리면 다음 정부 조직 개편에서 밀린다는 생각인지 양보라곤 없다.
회의는 춤추지만 결실은 없다.
거기에다 대선을 앞두고 공무원들이 복지부동이라는 억울한 소리도 들리고,대선 공약들은 공무원 사기와 복지에 관한 내용은 별로 없고 하나같이 당선만 되면 공무원 부정부패를 뿌리뽑겠다는 이야기다.
부정부패 척결을 외치면서 시작한 역대정부에 먹칠을 한 집단들이 누구인데 왜 또 그나마 양심을 지키려는 공무원만 흔드나.
"경륜도 짧은 사람들이 논공행상 차원에서 끼리끼리 감투를 나눠 가지고,개혁입네하고 국정을 들쑤셔만 놓고 나서,결국은 스스로 한계를 드러내며 추하게 사라진 그들도 공직자에 포함시켜야 합니까.공직자 자존심 지키려고 애쓰는 공무원도 많습니다."
소주 한 잔하고 내뱉은 어느 엘리트 후배 공무원의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