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연구단지내 한국화학연구원에서 세라믹분야 연구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인도출신 P 슈리다르 박사(55). 그는 세라믹분야의 세계적인 전문가로 한국정부의 브레인 풀(Brain Pool) 사업계획에 따라 지난 5월 화학연구원에 영입됐다. 브레인 풀사업은 해외두뇌 유치를 위해 지난 94년부터 실시되고 있다. 슈리다르 박사는 "대덕 출연연구소 경험을 통해 한정된 자원을 가진 한국의 경제성장 원동력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주말마다 인근 교회에서 한국어도 열심히 배우고 있다. 한국과 계속 인연을 맺고 싶어한다. 그러나 내년이면 다시 인도로 돌아가야 한다. 초빙기간이 끝나기 때문이다. 해외 두뇌들이 한국에서 뿌리를 내리기가 여간 힘들지 않다. 지난해 4월 현재 취업비자를 갖고 장기 체류하는 외국인 2만1천3백87명 가운데 연구 관련 인력은 교수 7백64명, e비즈 및 정보기술(IT) 분야 4백1명 등 2천1백12명(9.8%)에 머무르고 있다. 순수한 연구인력은 겨우 4.4%(9백47명)에 그치고 있다. 대덕연구단지 내 13개 출연연구소의 해외 연구인력은 6월말 현재 71명으로 지난해말(49명)에 비해 45%가 늘어났다. 그러나 아직까지 전체 연구개발 인력(4천8백37명)에서 차지하는 외국인 비중은 1.4%에 불과하다. 외국인력이 적은 것 뿐만 아니다. 그나마 특정국가 출신들이 이들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브레인 풀 사업의 경우 초빙 외국인 가운데 미국 러시아 중국 출신이 전체의 80%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정부 출연연구소에서도 중국 베트남 인도 파키스탄 등 아시아 출신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기초 과학 실력을 갖춘 이들이 국책연구과제 수행에 나름대로의 역할을 하고 있다"(유호진 화학연구원 책임연구원)는 평가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고급두뇌 유치 활용이라는 측면에서는 문제가 있다는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무엇보다 첨단기술개발 능력을 확보한 유럽 등 선진국 출신들을 찾아보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 연구인력 교류 활성화돼야 =일본에서는 프런티어 프로그램을 수행하면서 리더급 연구원을 비싼 돈을 들여 외국에서 영입하고 있다. 중국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이러한 사례를 찾을 수 없다. 이정일 KIST 책임연구원은 "히딩크 감독이 한국 축구를 월드컵 4강으로 도약시킨 것을 거울 삼아 과학기술분야에서도 스타 연구인력을 영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국제 공모를 통해 연구소장을 뽑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국내 과제 등을 해외 연구진에게 개방하는 것도 한가지 방안이 될수 있다고 강조했다. ◆ 국제 공동 연구사업 강화해야 =국제 공동연구가 부진하다. 과학기술부와 산자부 등에서 추진하고 있는 정부연구개발사업 예산 가운데 국제 공동 연구의 비중은 2%에도 미치지 못한다. 영국과 덴마크에서 국제 공동 연구 비중이 50% 정도에 이르고 있는 것과는 판이하다. 독일 이탈리아 스웨덴도 연구개발 예산의 25%를 국제 공동 연구에 투입하고 있다. R&D 허브로 떠오르고 있는 아일랜드의 경우 자국에서 국내 인력과 공동 연구하는 조건만 충족되면 국적을 불문하고 국제 공동 연구과제를 지원한다. ◆ 해외 유명연구소와 협력체제 구축해야 =정부출연연구소와 독일 프랑스 등 외국의 유명 연구기관 간 네트워크 구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KIST는 지난 89년 일본의 이화학연구소와 협력 협정을 맺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내놓을 만한 공동연구실적은 없다. 미국 국립보건원, 브루크 헤븐연구소가 게놈프로젝트 등을 이화학연구소와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독일의 막스 플랑크연구소도 중국 과학아카데미, 일본 이화학연구소 등과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그러나 한국과는 별다른 협력체제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정부출연연구소들은 제대로 된 국제협력센터를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국제인력을 유치하는 전담부서를 갖춘 곳도 찾기 어렵다. 한 연구원은 "출연연구소가 아직 글로벌시각을 갖고 있지 못하다"며 "IMF 금융위기 이후 장기투자를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제 출연연구소의 개방화 네트워크화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과제"라며 "미래지향적인 대형 기술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해외인력과 기관의 활용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오춘호 기자 strong-korea@hankyung.com [ 협찬 : 삼성.포스코.산업기술평가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