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차세대(3G)이동통신 표준과 관련한 중국의 움직임이 주요 외신에 보도됐다. 중국이 자체개발 중인 이른바 중국식 TD-SCDMA(시분할 부호분할 동시다중접속)가 동기식 CDMA 2000과 비동기식 W-CDMA를 중심으로 한 차세대 이동통신 표준게임에 변수로 등장할 조짐이라는 것이 그 골자다.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AWSJ)은 우방궈 국무원 총리를 비롯한 정부 고위관리 및 양대 이동통신 서비스업체,그리고 주요 장비업체들간 'TD-SCDMA 산업연맹' 설립방안에 관한 논의를 보도하면서 이를 독자적 표준에 대한 중국의 의지로 분석했다. 또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중국 정부가 다탕통신 등에 TD-SCDMA 기술을 완성할 시간을 주기 위해 3G 표준 선택작업을 늦추고 있다고 보도,이번 산업연맹 역시 그런 차원임을 암시했다. 여기에는 여러가지 해석이 있다. 중국 정부가 그동안 외국 이동통신 기술에 대해 지불했던 비용을 상기시키면서 바로 그것이 CDMA를 끌어들여 유럽식과 경쟁구도를 만들게 했고,나아가 독자적인 차세대 이동통신 표준까지 구상케 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어쨌든 이렇게 되면 중국시장은 3파전 양상으로 진전되고,이는 곧 세계시장의 3G표준 판도에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임을 의미한다. 중국식 방식이 국제전기통신연합(ITU)으로부터 CDMA 2000,W-CDMA와 함께 차세대 이동통신규격의 하나로 승인받았을 때부터 이는 사실 예견된 것이다. 물론 중국의 독자표준이 얼마나 위협적일지에 대해선 회의론도 있다. TD-SCDMA의 향후 진로를 놓고 이런저런 시나리오도 제기된다. 하지만 분명한 건 시간이 갈수록 중국변수가 신경을 곤두서게 한다는 점이다. TD-SCDMA에 공동개발자인 지멘스 외 다른 외국기업들이 발을 걸치려 하는 것도,또 중국식이 개발돼도 로열티를 내야 한다는 퀄컴의 경고도 그런 신경의 표출이다. 중국으로선 지금 전혀 손해 볼 것이 없는 게임을 벌이고 있다. 지금까지 각종 표준게임을 보면 '죄수의 딜레마 게임' '겁쟁이 게임' '지도자 게임' '영웅게임' 등으로 구분된다. 중국의 경우는 이 중에서 일종의 '지도자 게임'양상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이 게임에서는 최악의 경우에 빠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경쟁전략을 취하는 것이 득이 된다. 서로 협력했을 때보다 자신은 경쟁하고 상대가 협력하면 자신의 이익이 최대가 된다. 상대가 경쟁노선을 취하고 자신이 협력해도 그 이익이 두번째로 많을 수 있다. 물론 서로 경쟁을 고집한다면 최악이 될 수도 있지만 말이다. 이 모든 것은 바로 중국이란 시장과, 동기식과 비동기식간의 현재 경쟁판도에서 비롯되고 있다. 한국의 이익극대화 전략은 과연 무엇일까. 동북아라는 지정학적 위치와 4세대 통신기술까지 염두에 둔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논설ㆍ전문위원 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