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과 액센츄어 서울사무소가 공동 주최한 "버논 엘리스 액센츄어 국제담당회장 초청 강연"이 최근 한국경제신문사 다산홀에서 열렸다. 이날 강연회는 한국경제신문이 세계적인 석학과 전문가를 소개하기 위해 마련한 "Thought leaders 시리즈"의 두번째 행사로 치러졌다. "모든 직장인은 기업가다"를 주제로 한 이날 강연에서 엘리스 회장은 "창의적인 기업가정신에 충만한 사람들이 회사나 조직의 미래를 보장한다"며 "새로운 시대의 리더들은 스스로 기업가정신을 갖는 것은 물론 기업가를 길러 낼 수 있는 능력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연내용을 요약,소개한다. .............................................................................. 한국은 최근 경제적으로 놀라운 성과를 올리면서 세계 시장에서의 입지가 강해졌다. 문제는 그런 성공이 몇몇 산업에 편중돼 있다는 사실이다. 지속적인 성장을 하려면 여러 다른 분야에서 새로운 혁신이 필요하고 그래서 기업가적인 역량을 제고해야 할 필요성이 더 높아진다. 기업가 정신은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에서도 필요한 것이다. ◆기업가 정신이란 액센츄어는 최근 한국을 포함한 26개국 1천여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기업가정신에 관한 조사를 했는데 흥미로운 결과가 제법 많았다. 응답을 종합해보면 기업가정신에는 다섯가지 특징이 있다. △창의성 △실제적인 방법으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적용할 수 있는 능력 △열정을 갖고 일을 추진하는 것 △가치를 창조하기 위해 개선에 초점을 맞추는 것 △위험을 감수하는 것 등이다. 이런 모든 것을 혼자 다 할 수는 없다. 특히 대기업에서는 더욱 그렇다. 다른 사람과의 협조와 팀워크가 필수적이다. 기업가정신을 구현할 수 있도록 팀제를 활성화시켜야 하는 이유다. 기업가적인 행동은 미래의 성공을 보장하는 열쇠다. 그러나 기업은 성공하게 되면 규모가 커지고 또 복잡해진다. 그래서 기업가정신은 묻혀버리고 만다. 이 점은 대기업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한국에선 특히 중요한 문제다. ◆기업가 정신이 넘치는 나라 한국이 최근 경제적인 성공을 거두고 있지만 액센츄어의 조사에서 80% 가까운 한국 경영자들이 한국이 기업가정신에서 아주 뒤처진다고 지적했다. 한국을 기업가정신이 가장 우수한 나라라고 꼽은 한국 경영자들은 한 명도 없었다. 한국 경영자들의 90%는 앞으로 5년간 한국이 더 기업가적이 돼야 한다고 말해 기업가정신을 중시하는 긍정적인 태도를 나타냈다. ◆몇 가지 장벽들 한국 경영자들의 70%는 기업가적인 나라가 되는 데 있어 가장 큰 장애 요인으로 '기업가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를 들었다. 60%의 응답자들은 지나친 기업가 정신이 사회분리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위험과 실패에 대한 태도' 역시 주요 장애 요인으로 꼽혔다. 한국 응답자의 95%가 이를 지적했다. 응답자의 85%는 한국 기업들의 보상 체계도 장애 요소로 지적했다. 이밖에 관료주의 문제(78%),변화 및 적응력 부족(78%),느린 의사결정 (75%),직원 동기부여 문제 (75%), 직원간 커뮤니케이션 부족(75%),역할모델(role model) 부재(75%) 등도 장애요인으로 꼽혔다. ◆리더와 종업원간의 인식 격차 경영진들은 자신은 위험을 감수하면서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고 있는데 다른 직원들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기업가적인 능력을 발휘함에 있어 갭(gap)이 존재한다는 얘기다. 그 갭이 가장 큰 나라는 헝가리다. 42%포인트 가깝다. 한국의 경우는 그 갭이 13%포인트로 그렇게 나쁜 편은 아니지만 싱가포르(2%포인트) 일본(6%포인트)과 비교하면 심각한 편이다. 이런 갭은 신뢰의 문제요,경영진의 능력과도 관련이 있다. 종업원들은 경영진의 기대만큼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앞으로는 점점 더 무형의 자산들이 중요해질 것이다. 브랜드 지식 연구개발(R&D) 기업가정신 명성 등에 더 집중해야 한다. 삼성 같은 한국 기업이 성공하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브랜드의 중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이런 상황에서 명령과 통제가 중심이던 아시아적 리더십은 종업원들의 혁신을 장려하는 새로운 리더십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다시 기본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데 △창의적인 기업가 정신을 발휘할 수 있도록 사람들을 가르치는 것 △창의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임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것 △임직원들이 확실한 목표를 세울 수 있도록 정확한 경계를 정해주는 것 △그리고 그런 노력들에 대해 제대로 보상하는 것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실행해야 할 다섯가지 과제 첫번째,명확한 전략과 목표를 세워야 한다. 이 가운데 전략보다는 목표가 더 중요하다. 전략은 유연하게 바뀔 수도 있지만 목표는 명확하게 설정해야 한다. 리더들은 임직원들이 지나치게 진취적일까봐 걱정한다. 그럴수록 공유할 수 있는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 두번째,일을 크게 벌이되 행동은 작게 해야 한다. 삼성이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제품 중심이던 조직을 새롭게 재편해 혁신을 잘 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세번째,회사내에 기업가 정신을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적절한 리스크가 주어진 테두리 안에서 일을 할 때는 실패하더라도 모험을 장려해야 한다. 네번째 회사내의 지적자원을 극대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내 관료주의를 척결해야 한다. 관료주의가 심해지면 서로 책임지지 않으려고 지식을 나누지 않는다. 다섯번째 다양성을 장려해야 한다. ◆새로운 스타일의 리더십 새로운 세계는 기업가정신이 충만한 리더(entrepreneurial leader)만으로는 부족하다. 기업가들을 기를 수 있는 리더(leader of entrepreneurs)가 필요하다. 혼자만이 기업가 정신에 충만한 리더는 외롭고 영웅적이다. 높은 성장을 달성하는 경우도 있지만 지속되기는 힘들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달성하기 위해 주로 회사 내부의 일에만 신경을 쓴다. 이에 반해 기업가를 기를 수 있는 리더는 협력적인 팀의 멤버로서 자신을 자리매김한다. 자신뿐 아니라 남들도 창의적인 기업가정신을 가질 수 있도록 독려한다. 회사 내에 기업가정신이 가득한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무엇보다 신뢰 구축에 힘쓴다. 이것이 새로운 시대에 요구되는 리더의 모습이다. 정리=권영설 경영전문기자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