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학들은 거의 기업과 같은 활동을 벌이고 있다. 우수 학생 확보를 위해 마케팅에 나서는가 하면 교수들간의 내부 경쟁을 유도하고 발전기금도 적극적으로 확충하고 있다. 2004학년도부터 수험생이 대입 정원을 밑도는 이른바 '정원 역전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대학들의 자구책 마련도 한층 열기를 띨 전망이다. 대학에서 인재를 공급받는 기업들은 과연 이런 변화에 만족하고 있을까. 기업 CEO(최고경영자)가 대학 CEO인 총장을 만나 기업 경쟁력의 핵심 요소인 '우수 인재 양성'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기획대담-성균관대학편'을 싣는다. 심윤종 성균관대 총장과 류덕희 경동제약 회장이 지난달 30일 성균관대에서 만났다. ----------------------------------------------------------------- ▲ 류덕희 회장 =기업 경영인으로서 대학을 졸업한 사원들을 보면 창의력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시키지 않은 일도 찾아 하는 인재가 필요한데 최근 2,3년은 신입사원을 뽑아 재교육을 거쳐 쓰는 실정입니다. 중소기업의 경우 최소 인원으로 최대 효과를 거두려면 끈기와 창의력을 갖춘 인재가 더욱 필요하죠. 대학이 암기식 교육에 찌든 학생들을 양성하는 것은 아닌지 정말 걱정입니다. ▲ 심윤종 총장 =교육자 입장에서 보면 암기식 교육을 강요하는 제도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획기적인 교과과정을 도입해 창의적인 교육을 하는게 시급합니다. 대학교육도 교수 중심에서 학생 중심으로 가야 합니다. 성균관대가 추구하는 인재상은 '다산(茶山)형 인재'입니다. 다산 정약용 선생처럼 다양한 학문에 능통하고 문제 해결력이 뛰어난 인재를 앞장서 키운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지난 96년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전과정에 학부제를 도입해 학생들이 전공 2,3개를 동시에 이수할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 류 회장 =성균관대에는 '삼품제'라는 특이한 제도가 있지요. ▲ 심 총장 =삼품제는 전통과 첨단을 동시에 추구하는 성균관대만의 독특한 제도입니다. 국제품(외국어), 정보품(컴퓨터교육), 인성품(사회봉사) 등 세 분야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과를 보인 학생들만 졸업시키고 있습니다. ▲ 류 회장 =독자적인 기술을 지니지 못한 기업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대학도 특정 분야에 특화되지 않는다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고 생각하는데요. 성균관대의 경쟁력은 무엇인가요. ▲ 심 총장 =대학의 경쟁력은 우수한 교수인력과 학생을 많이 유치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성균관대는 지금까지 미국 하버드대와 일본 도쿄대 등 외국의 석학 76명을 초빙해 별도의 연구비와 연구시설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 결과 지난 96년에 92편에 불과했던 국제 과학논문 색인(SCI) 수록 논문 수가 지난해에는 7백61건으로 부쩍 늘었습니다. 재원 마련에도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지난해 정부기관 국책연구소 민간기업에서 4백80억원 가량의 연구비를 따냈습니다. 전국 우수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해 총장을 비롯한 교직원들이 매년 전국의 고교를 순회하면서 홍보활동도 벌이고 있고요. ▲ 류 회장 =성균관대는 유교재단이 운영하는 대학이라는 이미지가 매우 강했습니다만, 오랜만에 모교를 찾아보니 많은 변화가 있는 것 같아 동문으로서 긍지도 생깁니다. 더 많이 발전하려면 기업경영 기법을 들여오고 산.학 협동에도 힘써야 할 것 같네요. ▲ 심 총장 =대학이 발전하려면 학생.재단.대학 등 세 축의 협력이 중요합니다. 성균관대는 최근 삼성에서 재단을 인수하면서 많은 변화가 있었죠. '선택과 집중'이라는 기업의 경영마인드를 대학 경영에 도입했습니다. 지난 97년 성균관대 중장기 발전계획인 '비전 2010'을 시작하면서 매년 4개의 특성화 분야를 지정해 30억원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 현재 40여건이 추진 중인 삼성재단과의 산.학 협동은 대학과 기업의 바람직한 발전모델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 류 회장 =경동제약도 여러 대학과 산.학 협동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게 돼 있고 대학은 학문연구를 목적으로 합니다. 산.학 협동이 바람직하게 이뤄지려면 이 두 가지 목적이 조화를 갖춰야 한다고 봅니다. 이를 위해 기업들은 학생들에게 생산현장을 개방함으로써 현장교육의 장으로 제공하고 이를 통해 살아 있는 지식을 전달해야겠지요. ▲ 심 총장 =맞습니다. 성균관대도 내년부터 이공계 학생들이 한 학기 동안 기업에서 일하면서 9∼12학점까지 취득할 수 있는 인턴십 제도를 실시하려고 합니다. ▲ 류 회장 =그런 점에서 최근 이공계 기피 현상이 문제라고 봅니다. 신입사원들 중에도 이공계 출신이면서 일반 사무직을 지원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기술 인력을 '블루칼라'로 보는 시각도 문제입니다. 대학과 기업이 힘을 합쳐 전문성을 갖춘 이공계 인력을 확보해야 할텐데요. ▲ 심 총장 =대학도 이공계 기피 현상이 심각합니다. 이공계 학과 졸업자들도 국내 대학원보다 외국으로 많이 빠져 나가고 있습니다. 성균관대도 이공계 대학원에 모교 출신 학생들이 드물어 중국과 베트남 등에서 우수 인재를 유치하는 방안을 검토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이공계 학과 학생들에 대한 지원이 필요합니다. 자연대에는 학비 80%를 장학금으로 지원하는 등 추가 지원 방안도 검토 중입니다. ▲ 류 회장 =이공계 학과 출신 동문들이 장학재단을 만들어 학생들을 지원하는 것도 이공계 살리기의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대학에서 동문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이벤트를 펼치고 모교에 기여하는 동문들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주는 것도 고려해 주셨으면 합니다. 정리=정구학.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