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4일자) 조흥은행 매각 논란 안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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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흥은행 주식매각 작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투자자들로부터 예상 밖의 호응을 얻고 있는 모양이다.
지난 상반기 주식예탁증서(DR) 발행시도가 무산되었던 당시와는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니 기대도 크다.
삼성증권과 모건스탠리사가 주간사를 맡아 진행하고 있는 이번 입찰에는 미국 일본 대만 등에서 모두 8개의 투자자가 응찰했고 이중 4개사가 선정돼 이미 은행에 대한 실사 작업에 착수했다고 한다.
이달말이면 인수후보자의 윤곽도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조흥은행 주식 매각은 그 성격을 놓고 아직은 불명확한 점도 많다.
경영권까지 포함한 매각인지 아니면 단순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지분 매각인지도 불분명하다.
보도에 따르면 경영권 인수를 전제로 한 유력한 인수희망자가 있다고 하지만 정부 당국이나 예금보험공사 어느 곳도 이를 확인하지 않고 있다.
국제입찰 관례상 계약체결 시점까지는 비밀을 유지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한가지 분명한 점은 조흥은행 주식 매각이 경영권까지 포함한 것이라면 반드시 금융산업 구조조정이라는 큰 틀을 고려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단순히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자를 상대로 한 주식매각이라면 이렇게 서둘러야 할 이유도 없다.
금융가 소문으로는 실사에 참여한 4개 투자자가 모두 50% 이상의 절대지분을 인수하려고 한다지만 조흥은행을 인수해 건실한 금융기관으로 키워갈 의지가 확실한 투자자가 최종 인수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제일은행의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한다는 점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인수합병 등 대형화 가능성이 있다면 더욱 그런 방향으로 추진하는 것이 옳다.
이미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이 합병 1년을 맞았고 하나은행과 서울은행이 합병주총을 목전에 두고 있는 것이 국내 금융계 동향이다.
조흥은행 역시 정부 보유주식 매각을 계기로 대형화 물결에 합류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걱정스런 것은 조흥은행 노조의 반발이다.
최초의 민족은행이며 1백5년의 긴 역사를 자랑하는 대형은행의 자부심 있는 직원들로서 작금의 사태전개에 복잡한 감정을 갖는 것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유서깊은 영국의 베어링은행도 일순간의 실수로 파산지경에 이르렀고 결국 다른 나라의 금융기관에 경영권을 넘겨야 하는 그런 시대다.
항차 노조가 나서서 독자생존 운운하며 총파업까지 거론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노조의 자제를 거듭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