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경제성장을 이끌어온 내수가 위축조짐을 보이고 소비심리가 주춤해지면서 향후 경기흐름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반도체와 가전 등 일부 업종은 내년에도 호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자동차 철강 등 전통 주력산업은 부진을 면치 못할 전망이다. 업종별로 전망이 엇갈리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경기둔화 양상이 뚜렷한 셈이다. 백화점을 비롯한 유통업계도 경기둔화 현상을 피부로 느끼기 시작했다. 업종별 경기상황과 향후 전망을 점검한다. ◆ 자동차.철강.기계 등 부진 내년도 자동차 경기는 별로 밝지 않다. 저금리 기조 붕괴와 가계대출 억제 등으로 수요 기반이 줄어들고 상당수 소비자들이 자동차 구매시기를 특별소비세가 인하되는 2004년 이후로 늦출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내년도 내수시장은 최근 4년 동안의 평균 성장률(22.2%)에 크게 못미치는 '제로 성장' 선에 그칠 전망이다. 삼성경제연구소의 복득규 연구위원은 "내년엔 대체 수요가 적어 내수 판매량이 올해보다 2∼3% 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자동차 부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는 내년 내수 판매량이 3%가량 늘어나는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철강은 건설 자동차 조선 등 수요산업의 성장세가 주춤해질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내수가 둔화되고 수출 감소세도 지속될 전망이다. 미국의 수입제한조치 이후 유럽연합(EU) 중국 동남아 등지로 확산되고 있는 수입규제도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기계산업의 경우도 향후 수출전망이 불투명하고 그동안의 내수 호조세가 꺾일 것으로 보여 내년 경기를 낙관할 수 없다는 것이 공작기계협회의 분석이다. 주요 시장인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사상 최대인데다 미국 제조업 경기가 둔화되고 있고 유럽과 일본 경제도 부진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활황을 보였던 조선 경기도 흐름이 좋지 못하다. 무엇보다 전세계 발주시장이 위축되면서 국내 업체들의 수주 규모가 크게 줄어들었다. 한국조선공업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세계 신조선 발주물량은 1천3백95만4천CGT로 작년 상반기보다 57%나 감소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계가 향후 2년6개월 분의 일감을 확보해 놓은 상태이지만 내년 하반기까지는 경기가 쉽게 회복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만성적인 공급과잉에 시달리고 있는 섬유업종의 불황도 지속될 전망이다. 현대증권 임정훈 애널리스트는 "과당경쟁으로 침체에 빠져 있는 화섬업체들이 이제는 통합 구조조정에 나서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 IT.석유화학은 바닥다지기 IT경기는 아직은 부진한 모습이다. 작년말과 올해초의 '반짝 회복세'로 구조조정이 지연되면서 업계의 공급과잉 현상이 해소되지 못한 점이 경기회복의 걸림돌로 남아 있다. 그러나 지연되던 PC교체 수요가 예상되는데다 3세대 이동통신이 본격화되면서 내년 하반기부터는 회복세를 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사상 최대 호황을 구가하고 있는 이동통신 업체들은 내년에도 올해 수준의 매출 및 수익 성장세를 이어나갈 전망이다. 휴대폰 업계도 내년에 10∼20% 성장을 점치고 있다. 또 PC경기는 내년 상반기에 오름세로 반전될 것이란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박일환 삼보컴퓨터 전무는 "올해 PC시장은 지난해보다 8% 가량 감소했지만 PC 교체수요가 가시화될 내년 상반기부터 10% 안팎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석유화학은 공급과잉에 따른 수급불균형이 완화되고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 LG경제연구원 김영민 연구위원은 "세계 유화경기는 올해를 바닥으로 내년부터 점진적인 회복기에 진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반도체.가전은 호조 반도체산업의 경우 낙관론이 우세하다. 올 4.4분기 경기가 예상외로 좋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다 내년엔 회복세가 완연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는 지난해 마이너스 32%의 극심한 불황을 겪었던 세계 반도체시장이 올해 2%의 회복세로 반전되고 내년에는 17%의 높은 성장이 예상된다고 최근 발표했다. 특히 한국기업이 주도하는 메모리시장이 올해 10%에 이어 내년에 23% 성장함으로써 반도체경기 회복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됐다. 가전산업도 디지털 가전과 대형 고급가전의 수요 확산으로 내수와 수출이 모두 호조를 보이고 있다. 내수증가율은 내년에도 두자릿수의 견실한 성장이 예상된다. 고가 혼수시장이 연간 1조원대를 넘어선데다 김치냉장고 에어컨 등의 수요증가가 내수성장을 뒷받침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수출시장도 수출지역 다변화 등을 통해 내년에도 10% 이상의 증가율을 보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 중소 제조업 가구업계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중소 업체들은 판매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반면 대형 업체들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가구연합회 관계자는 "중소가구업체들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앞으로 이런 현상이 2∼3개월 지속되면 문 닫는 곳이 줄을 이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샘 보루네오가구 리바트 에넥스 등 메이저급 업체들은 늘어나는 물량을 소화하느라 공장가동이 쉴 틈이 없다. 인쇄업체들은 선거특수를 앞두고도'고사직전'이란 말이 나올 정도의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캘린더와 교과서 참고서 인쇄, 각종 브로슈어 제작 등이 몰리는 10∼12월이 연중 최대 성수기이지만 요즘은 여름철 비수기만도 못하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 산업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