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젠테이션 준비 하루하루 피말라요" .. 강유성 대흥기획AE.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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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수주도 전쟁이다.
외환위기 이전만 해도 계열 광고대행사에 광고를 몰아주는 "인하우스 에이전시" 관행 덕분에 광고회사들은 큰 경쟁 없이 일감을 확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외국계 광고회사들이 대거 진출하고 광고주들의 의식이 달라지면서 광고의 내용과 아이디어를 평가하는 경쟁 프리젠테이션(이하 경쟁PT)이 보편화됐다.
이에 따라 경쟁PT를 얼마나 잘하느냐가 광고회사의 성패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았다.
대홍기획에서 17년간 AE(광고기획자)로 일해온 강유성 국장(42)은 수많은 경쟁PT를 진두지휘해온 역전노장이다.
강 국장은 그동안 SK건설 하이텔 유니레버 등 굵직굵직한 광고주들을 경쟁PT를 통해 따오면서 대홍기획의 선봉장 역할을 톡톡히 해 왔다.
올 가을에도 그는 새롬기획을 새 광고주로 영입하면서 녹슬지 않은 지도력을 보여줬다.
강 국장의 별명은 "생강"이다.
그는 평소에는 한없이 인자하지만 일단 PT가 걸렸다 하면 "호랑이 상사"로 변하기 때문에 매운 별명을 얻었다.
강 국장은 "PT를 준비하는 기간이 너무 촉박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애써 해명한다.
광고주들이 경쟁PT를 앞두고 주는 기간은 통상 한달.
PT를 준비하는 광고대행사 입장에서는 하루하루가 금쪽 같다.
그는 "PT 3일전쯤 되면 자질구레한 문제들까지 갑자기 도드라져 보인다"며 "밤새 자료를 수정하다 보면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날이 허다하다"고 말한다.
드디어 결전 당일.
한달동안 준비한 내용을 한시간만에 쏟아내야 하는 초긴장의 순간이다.
대개 AE가 광고의 기획 의도를 발표하고 제작을 담당하는 CD(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광고의 내용을 설명하는 것으로 PT는 진행된다.
강 국장은 "준비한 내용도 중요하지만 발표하는 방법이나 기술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라며 "광고주의 연령과 취향에 맞는 발표방법을 재빨리 알아내는 것도 중요하다"고 귀뜸한다.
일반적으로 경쟁PT의 승률은 실력있는 광고회사라 해도 3~4할 수준.
홈런왕 이승엽의 타율이면 승률이 높다는 말을 듣는다.
뒤집어 보면 아무리 능력있는 광고인도 10번 싸우면 6~7번은 진다는 얘기다.
사력을 다해 준비한 경쟁PT에서 지면 길게는 2~3개월 이상 슬럼프에 빠지는 수도 있다.
강 국장은 "이 일을 오래하려면 지는 법을 배워야 한다"며 "패배한 PT에서 자신이 부족한 점을 배울 수 있는 광고인이 대성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그는 "하루하루 숨가쁘게 승부를 벌이다 보니 어느새 국장이 됐다"며 "후배들에게 줄 것이 있는 선배가 되어야 하는데 갈수록 역량이 달리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글=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