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어보드(Junior Board.청년 중역회의)가 '제3의 경영 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경영전략회의나 사외이사가 참여하는 이사회 등 공식적인 의사결정체와는 달리 주니어 보드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무기로 조직에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20대의 모험정신과 30대의 진취적 열정을 경영 현장에 불어넣는 '젊은 피'인 셈이다. KTF가 운영중인 '하트 보드(Heart Board)'는 파격과 발상의 전환을 모토로 'KTF적인 사고'를 이끌고 있다. 변화와 도전 2개 팀으로 운영되는 하트보드는 현업 경력 6개월 이상의 경력을 갖춘 10~15명 내외로 운영된다. 하트보드의 위력은 두달에 한 번씩 열리는 사장과의 정기간담회에서 드러난다. 하트보드의 제안내용에 대해 수용 여부를 즉시 결정하는 것이다. 주니어 보드가 실질적인 혁신과 변화의 에이전트로 역할할 수 있도록 최고 경영진이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포스코가 운영하고 있는 영보드(Young Board)도 소그룹 활동을 통해 경영 아이디어를 개발, 분기 1회 전체 회의를 통해 최고 경영층에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있다. 보고문화와 일하는 방식을 새롭게 바꾸기 위한 제언, 엔지니어 역할 변화를 위한 개선방안 등 현장의 목소리를 가감없이 전달하고 있다. 최근에는 민영 포스코가 나아갈 길, 지속 성장기업이 되기 위한 조건 등 기업의 장기전략과 관련된 내용으로 활동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영보드의 수행 연구과제 대부분이 회사 경영정책에 반영될 정도로 사내 입지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사내 각 사업부문별로 과장 혹은 차장급 1명씩을 선정해 발족한 기아차 차세대 위원회도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은 1주일에 한차례씩 회의를 열고 있으며 사내 개선 사항이나 발전방안 등과 관련된 한가지 과제를 정해 놓고 2~3개월간 토론을 갖는다. 회사 관계자는 "취합된 의견은 보고서로 작성돼 최고경영자에게 보고된다"며 "상당수 보고서들이 실제로 채택돼 경영에 반영된다"고 말했다. 막힌 사내 언로(言路)를 뚫는 창구역할도 주니어 보드의 중요한 역할중 하나다. 삼성종합화학의 영보드는 조직내 보고체계나 의사결정 과정에서 누락된 창조적 아이디어를 최고 경영자에게 직접 전달하고 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정보네트워크 보완, 전사원 경영정보 공유시스템 구축, 전자결재 활성화 등도 과감히 제안, 사내 커뮤니케이션 시스템 자체를 바꿔 놓았다. 경쟁력있는 기술력을 대상으로 한 사업성 검토작업까지 영보드가 맡을 정도로 사내 역할이 커지고 있다. KT의 경우 공모형태로 뽑힌 지방과 본사의 과장급 이하 1백81명의 사원들로 구성된 'Let's KT Blue Board'라는 열린 경영체제를 구축해 놓고 있다. 이들은 두 달에 한 번씩 열리는 정기회의와 필요시 열리는 임시회의를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가감없이 경영진에게 전달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열린 경영을 표방하고 있는 주니어보드가 CEO의 친위부대라는 비판을 제기하기도 한다. '섀도 캐비닛(shadow cabinet.그림자 내각)'과 같이 CEO 직할의 비공식적 경영수단 또는 회사측 경영방침을 현장에 전파하는 역할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 ----------------------------------------------------------------- 주니어보드 영보드 차세대위원회 청년이사회 등으로 다양하게 불리는 주니어 보드는 말 그대로 젊은 직원들이 경영자 입장에서 활동을 해보는 것이다. 1932년 미국의 식품회사인 찰스 맥코이에서 하의상달과 우수사원의 조기 발굴을 위해 일반직원중 위원을 선발, 주니어 보드라는 명칭으로 처음 운영됐다. 이어 1956년 일본 회사들이 조직 활성화를 위해 활용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80년 제일모직이 모의 중역회의라는 이름으로 처음 시작했으며 이어 대기업들이 명칭과 구성, 운영방식을 조금씩 변형해 속속 도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