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목요일 저녁 8시 대학로의 모 카페. 한 밴드의 라이브 공연이 한창이다. 10여명의 멤버들 사이에는 넥타이와 정장차림도 보인다. 복장은 다소 어색하지만 멤버들의 연주 솜씨는 녹녹치 않다. 특히 한 중년 신사가 뿜어대는 드럼 사운드는 리듬을 주도하기에 손색이 없다. 카페를 찾은 손님들의 어께도 리듬의 장단에 따라 들썩인다. 마지막곡인 "윤도현밴드"의 "사랑2"가 흘러나온다. 드럼이 격렬하게 마지막을 장식하자 실내에 환호성이 울려퍼진다. 한국과 프랑스 합작 텔레마케팅업체인 IMC텔레퍼포먼스 유병찬 대표. 밤이 되면 그는 드러머로 변신한다. 아직 수준미달이라는 말로 멋적은 미소를 짓지만 멤버들은 "아마추어 밴드에서 그만한 실력을 찾아보기는 힘들다"고 평가한다. "괜히 소음만 내는거 아닌가 걱정스럽습니다.체력이 어디 예전같아야죠.그래도 한번 이렇게 땀에 흠뻑 젖고나면 생활에 쌓였던 스트레스가 한꺼번에 사라져 버립니다" 유 대표가 처음 드럼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중학교 3학년때이다. 고교 입학을 결정짓고 서울 종로 일대를 기웃거리다가 한 악기사 쇼윈도에 세워진 드럼을 발견했다. "록 음악에 빠져들 나이였죠.특히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드럼 사운드가 얼마나 멋있게 들렸는지 몰라요" 그는 그 길로 음악학원에 등록하고 드럼을 배우기 시작했다. 이후 밴드 생활은 고교를 거쳐 대학교 시절까지 이어졌다. 특히 대학때는 탄탄한 멤버들을 만나 나름대로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리들 로즈(Riddle lords:수수께끼의 군주들)"라는 꽤 괜찮은 이름도 붙였다. 강변가요제와 대학가요제 1차 예선 통과,광운대 월계가요제 최우수상 수상이라는 나름대로의 전과를 올린 리들로즈는 음반을 취입하고 음악 프로그램에도 출연했다. 하지만 입대와 취업 등 현실문제에 부닥치다보니 어느새 음악과는 조금씩 멀어지기 시작했다. 직장생활에 정신이 없던 유 대표가 드럼에 눈길을 둔 것은 올해 중순께. 텔레마케팅 사업이 안정궤도에 접어들면서 불현듯 드럼이 그리워졌다. 중학교때 찾았던 학원은 아직도 그 자리에 있었다. 지금은 점심시간마다 짬을 내서 부지런히 다니고 있다. 때마침 직장인들로 구성된 밴드를 만나 팀에 합류할 수 있었다. 일주일에 한번씩 모여 연습하고 가끔 공연도 갖는다. "공연은 거의 20년만이네요.손에 잡은 스틱이 낯설기도 하지만 꿈 많던 젊은 날의 열정을 되찾아주는 것 같아 기뻤습니다.한창때처럼 강약을 조절하는 연주는 하기 힘들어요.하지만 열심히 하면 조금씩 나아지겠죠.실력이 어느정도 갖춰지면 사원들한테도 한번 선보일 생각입니다" 글=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