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y@nca.or.kr 요즘이 그러고 보니 결혼 시즌이다. 필자에게도 집안의 가지가 적지 않아서인지 한 주를 쉬지 않고 결혼식 통첩이 날아들고 있다. 힘들 때도 있지만 참 좋은 일이다 싶다. 일가 친척이 성가(成家)하니 어찌 좋은 일이 아니겠는가. 또 그럴 때마다 행복하게 백년해로하기를 기원해본다. 그런데 그것이 그리 쉽지 않은 모양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세 쌍 중 한 쌍이 이혼을 한다지 않은가. 분명 서로 사랑해서 결혼을 한 경우가 대부분일진대 어째서 이렇게 많은 부부들이 원한을 품은 채 갈라서지 않으면 안되는가. 세간의 말대로 부부는 전생의 원수끼리의 만남이라 숙명적으로 싸우고 갈라설 수밖에 없어서인가.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사계에 꽤 알려진 어느 대학 총장님의 '현모양처와 악처론'이 문득 생각난다. 그의 말에 의하면 마누라는 양처든 악처든 남편에게 하는 소리는 똑같다는 것이다. 술 먹지 말라,담배 피우지 말라,가족에게 신경 써라,집에 일찍 들어 오라,말 좀하고 살자,고기 좀 덜 먹어라,남만큼은 돈도 벌어 휴가도 가보자 등등. 그러나 같은 말이라도 말하는 사람에 따라 하늘과 땅의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매일 같이 하는 잔소리도 기분 좋게 하면 현모양처요,기분 나쁘게 하면 악처란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남편이라고 어찌 잔소리가 없을 것인가. 그러고 보면 사람은 참으로 '감정적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부부사랑은 기분 좋은 잔소리를 먹고 자라는 모양이다. 그렇다. 부부간에는 분명히 잔소리가 있어야 한다. 부부간의 침묵이나 당연함은 위험 천만인 경우가 많다. 악마사전에 이런 말도 있지 않은가. '당연함'이란 본인은 응당 그렇다고 생각하지만,본인 외 누구도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는 경우라고. 그렇다면 무촌(無寸)인 부부지간에도 당연함이 없을 때,즉 끊임없이 상대를 진심으로 위하는 대화가 있을 때만 원만한 관계가 유지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어찌 부부지간 뿐이랴. 가족 간이든 직장에서든 바른 잔소리는 서로 하고 살자. 다만 상대방이 듣기에 기분 나쁘지 않게 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