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골프] 늦깎이 프로 '유달영' .. 13년만에 꿈★ 이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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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7'
대학졸업 후 생계를 잇기 위해 레슨프로를 직업으로 택한 '늦깎이 프로' 유달영(36)이 최근 꿈에도 그리던 투어프로가 되며 한국프로골프협회로부터 부여받은 순번이다.
1호인 연덕춘 옹에서 시작해 프로로서는 최고의 단계인 투어프로에 오른 5백37번째 선수라는 뜻이다.
그는 특이하게 군복무 시절 골프에 입문했다.
성균관대 식품위생학과 1학년을 마치고 군에 들어가 전경이 됐는데 '경찰대 골프장 사역병' 보직을 받은 것.
고참들의 혹독한 교육으로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볼을 치기 시작했다.
6홀짜리 경찰대 골프장에서 몰래 라운드하며 실전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그리고 89년 말 제대하자마자 바로 세미프로 테스트에 합격했다.
"프라자CC에서 대회가 열렸는데 딱 한 번 연습라운드하고 76타를 쳐 합격했어요.
당시에는 지금처럼 경쟁이 치열하지 않아 쉽게 통과한 것 같아요."
프로가 됐지만 골프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전공을 더 공부해 박사학위까지 받고 대학교수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고 유일한 자격인 프로골퍼로 골프연습장에서 레슨을 하며 이른바 '닭장 프로'가 됐다.
3년 전 유 프로는 프로로서 자신의 실력을 테스트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KTF 2부투어에 나가기 시작했다.
"장난이 아니더라고요.아무도 관심 없는 2부투어지만 선수들이 얼마나 진지한지 몰라요.지역별로 1천5백명의 프로들이 예선전을 거쳐 이 중 1백여명 정도만 2부투어 본선에서 뛸 수 있지요.한 라운드만 하는 예선전 커트라인이 2∼3언더파여서 여간 힘든 게 아니더라고요."
해마다 2백명이 충원되는 국내 세미프로는 현재 2천5백명 가량 된다.
2부투어를 통해 투어프로 자격을 획득하려면 상금랭킹 5위 내에 들어야 한다.
유 프로는 올해 2부투어에서 한 차례 우승하며 세미프로 중 2위를 했다.
그는 "2부투어에서 뛰는 세미프로들은 마치 언 땅을 헤집고 올라오는 새싹들 같다"면서 "누구한테 짓밟힐지도 모르면서 어떻게든 움터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